[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엔저(円低)가 다시 시작됐다. 18∼19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일본은행의 과감한 '돈풀기'를 양해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되면서 엔화가치가 하락세를 재개했다.1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99.69엔까지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인 끝에 달러당 99.52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對) 일본 성토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G20회의가 오히려 일본의 과감한 금융완화에 '그린카드'를 발급하는 분위기로 끝난 영향이 컸다. G20회의 공동성명은 "일본의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 엔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엔화 약세 흐름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등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업종들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줄곧 고전했지만 엔화가 떨어질만큼 떨어졌고, 엔저에 따른 악재도 반영될만큼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았었다. 하지만 엔저 흐름이 재개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심리는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주요 수출주들이 엔화 약세에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지만 엔화 약세가 반가운 기업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군이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이다. 엔화가 원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갚아야 할 빚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억엔의 엔화 부채가 있는 기업의 경우, 1엔당 100원이던 엔화가치가 1엔당 90원으로 떨어지면 1000억원을 앉아서 절감할 수 있다. 1엔당 100원일 때 100억엔은 우리 돈으로 1조원이지만 1엔당 90원이면 100억엔이 9000억원으로 줄기 때문이다.POSCO, 비에이치아이, 한국전력, 켐트로닉스,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이 엔화 부채가 많은 대표적 기업들이다. 일본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 업체들도 엔저가 반갑다. 엔화가 떨어지는 만큼 수입단가가 싸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수입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는 현대위아, 두산인프라코어, 한국정밀기계 등이 있다. 내수주들도 엔저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종목군이다. 수출기업들은 일본기업들과 직접적 경쟁으로 엔저의 직격탄을 받지만 내수주들은 환율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엔저로 일본 관광객들이 감소하면서 유통 등 내수들이 마냥 즐거워 하기 어렵기도 하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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