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장의 신’ 이미도-송지인-이소윤 “비정규직 고충, 배우들도 잘 알죠”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봄이다. 괜히 몸이 무겁고 잠이 쏟아진다. 춘곤증 때문에 모든 직장인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허나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게 춘곤증뿐이랴. 넘쳐나는 업무에 빠질 수 없는 회식, 감정기복 심한 상사의 비위 맞추기부터 보이지 않는 텃세까지. 신경 쓸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일까. 4월의 시작과 동시에 출격한 KBS2 ‘직장의 신’은 첫 방송 직후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미스김(김혜수 분)과 장규직(오지호 분)은 물론, 살아 숨 쉬는 각 캐릭터들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혜성같이 등장한 이 드라마는 고달픈 직장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직장의 신’은 자발적 계약직 사원 미스김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렇다 할 스펙도 학벌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직에 머무는 이들도 있다. 호된 사회생활에 지쳐가는 삶이지만 회사에서 잘리는 게 더욱 두려운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특히 박봉희(이미도 분), 오지랑(송지인 분), 연다라(이소윤 분)로 이뤄진 ‘계약직 트리오’는 현실 속 여사원 셋을 모아놓은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리얼 캐릭터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세 명의 아름다운 계약직 트리오를 만났다.
이날 화사한 스커트 차림으로 ‘봄처녀’ 느낌을 물씬 자아낸 이미도와 송지인 그리고 이소윤은 실제로도 무척이나 친해보였다. 연신 장난을 치고, 크게 웃고, 서로 조언을 해 주는 이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지만 친자매처럼 다정했다.실제 나이대도 비슷하다. 이미도가 1982년생으로 가장 맏언니고, 송지인이 1984년생, 이소윤이 1985년생이다. 다소 새침한 인상을 지니고 있지만 알고 보면 “사내 같은 성격”이란다. 세 사람 모두 아주 털털하고 재기발랄했다. “저희가 개그 욕심이 넘쳐서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촬영장에서 막내라고 예뻐해 주시는데 오히려 저희는 웃기고 싶어서 과하게 하거든요. 그러면 스타일리스트들이 ‘좀 예쁘게 하라’고 조언하기도 해요.”(송지인)“셋 다 성격이 비슷한데 소심한 게 있나 봐요. 저 같은 경우 영화만 하다가 드라마를 하니 속도도 방식도 달라서 긴장을 많이 하는데 얘들이 같이 긴장을 해주니까 서로 의지가 되죠.(웃음) 같이 연습도 많이 하고요. 원래는 촬영한 후에도 혼자 우울한 마음을 달래야했다면 지금은 한 신 찍고 다 같이 ‘파이팅’ 하고 그래요.”(이미도)세 사람은 단체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자주 모여 의견을 나눈다. 서로 연기에 대해 잘하고 못한 것들을 지적해주기도 하면서 힘을 낸다. 만약 혼자였다면 얼마나 쓸쓸했을지 생각하면 서로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마지막에 내레이션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는 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요즘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잠이 잘 안 와요. 제 연기에 대한 생각도 있고 드라마를 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그래요. 5년차 계약직, 박봉에 맏언니. 모든 게 저의 상황과 닮아있거든요.”(이미도)눈시울이 촉촉해진 이미도는 자신도 긴 무명생활을 거쳤다고 고백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박봉희 캐릭터가 스스로의 모습과 많이 닮았단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26년’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직 그의 얼굴과 이름을 함께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어머니의 주변 분들까지도 연락이 온다며 “좀 더 캐릭터를 예쁘게 잡을 것 그랬다”면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극중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지닌 연다라로 등장하는 이소윤은 “친구들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며 웃어보였다. “자기는 계약직들한테 인사 잘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 드라마가 마냥 코미디가 아니고 사회에 대한 얘기를 하잖아요. 저희가 단체로 회식자리에서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군무를 맞춰서 열심히 춤을 췄어요. 그런데 그 장면이 나중에 보니까 슬프더라고요.”(이소윤) “저는 2년차 계약직인데 실제와 포지션이 비슷해요. 2년차는 보통 재계약하거나, 계약이 만료돼서 나가거나 하는 기점에 있잖아요. 저도 항상 고민을 하거든요. 연기하는 게 너무 좋지만 항상 뜻대로 풀리지는 않으니까요. 앞으로 또 새로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이게 끝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매일 밤 잘 때마다 해요.”(송지인)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대중에게 선보인 뒤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연기자들. 그래서 남모를 고충도 너무나 많다. 이들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넘치는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세 달 뒤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또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지만 그래도 요즘 너무 행복해요.”(송지인)끝으로 세 배우가 꿈꾸는 캐릭터에 대해 들어봤다. “제가 야구와 축구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해요. 권투도 6개월 정도 배웠어요. 갑자기 살이 쪄서 배우려고 갔는데 코치가 재능이 있대요. 남들 하는 거 보다 좀 세게 가르쳐주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액션물에 도전하고 싶어요. 로맨틱코미디도 하고 싶고요.”(이소윤)“저는 이번에 까불고 소문내고 사고치는 역할이거든요. 전에 한 역할도 사차원이었어요. 이제는 청순가련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송지인)“저도 워낙 운동을 좋아해요. 쌍꺼풀이 없어서 날카로운 인상이라 액션물의 여형사나 악역을 해도 잘 할 것 같아요. 이젠 웃긴 거보다 강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이미도)유수경 기자 uu84@<ⓒ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유수경 기자 uu84@ⓒ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