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4' 비밀 개발실에 고무장갑 가득한 사연은?

개발 뒷얘기 들어보니···가족에게조차 비밀로 하는 등 '007 작전' 방불케 해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목장갑부터 가죽장갑, 고무장갑까지 웬만한 장갑은 다 갖다 놓았지요.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겠지만 당시 우리는 매우 절박했습니다." 갤럭시S4 개발 뒷얘기는 '장갑'이 물꼬를 텄다. 개발이 한창이던 작년부터 올해까지 사무실에는 두께, 소재가 다양한 장갑이 수북이 쌓여갔다. 틈만 나면 장갑을 꼈다 벗기를 반복하며 '장갑 터치 기능'으로 불리는 갤럭시S4의 상황별 터치 인식 기능을 테스트했다. 강민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 차장은 "소비자의 삶에서 어떤 기능이 유용한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에서 이뤄진 갤럭시S4 상품기획팀과의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작년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상품기획팀은 "갤럭시S3가 '인간'에 눈을 떴다면 갤럭시S4는 '삶의 동반자'로 그 의미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갑 터치 기능은 "추운 겨울에 장갑을 벗지 않고 사용자가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편리할 것 같다"는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두께, 재질에 상관없이 어떤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도록 웬만한 장갑은 다 갖다 놓고 테스트했다. 눈으로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동영상을 재생·정지하는 스마트 스크롤, 스마트 포즈도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갤럭시S3에서 선보인 스마트 스테이(눈을 인식해 화면 꺼짐 방지), 스마트 로테이션(얼굴 방향 인식해 화면 전환) 기능의 연장선이다. '깜짝 공개'에 대한 기대가 커서일까. 제품 공개 열흘을 앞두고 이 기능이 언론에 노출되자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강 차장은 "미국 뉴욕 언팩 행사의 최대 클라이막스 중 하나였기 때문에 모두들 당황했다"고 회고했다.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 눈동자 기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기획팀, 개발팀, UX팀이 전부 달라붙어 막바지 개발에 힘을 쏟았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것은 신종균 사장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고민이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상품기획팀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임원진들도 "소비자 관점에서 개발하라"고 끊임없이 주문했다. 최대 8대의 갤럭시를 연결해 음악 등 콘텐츠를 공유하는 '그룹 플레이', 사진 촬영시 음성을 담는 '사운드 앤드 샷', 촬영 대상 뿐만 아니라 촬영자까지 사진에 담는 '듀얼 카메라' 등 갤럭시S4의 특화된 기능은 이 같은 고민에서 탄생했다.  돌이켜보면 갤럭시S4 개발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의 연속이었다. 직원들도 누가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 동료들이 넘겨 짚어 '갤럭시S4 개발 어떻게 돼?'라고 물으면 '나도 궁금하다'고 시치미를 뚝 뗐다. 자기 업무가 아니면 정보가 차단돼 "전체적인 모습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상품기획팀도 출시 전까지 제품 이미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족들에게도 비밀이었다. 강 차장은 "와이프가 갤럭시S3를 쓰는데 피드백이 듣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며 "갤럭시S4를 기획한다는 말은 못하고 '스마트폰 쓰면서 불편한 건 없어?'라고 물어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딸아이가 어려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강 차장은 웃었다. 갤럭시S4가 공개된 뒤 쓴소리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면서 삼성전자가 혁신 대신 진화를 선택했다고 평가한다. 상품기획팀은 이에 대해 "갤럭시S4는 진화가 아니라 혁신"이라고 맞선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풀HD로 높였고, 분리형 배터리를 유지하면서 두께를 7㎜대로 줄인 게 대표적인 혁신이라는 설명이다. 베젤도 더 얇아졌고 스마트폰 최초로 고릴라 글래스 3를 적용해 내구성도 강화했다. 디자인의 변화가 적은 것은 시장 조사 결과 갤럭시S3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란다. 전작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알루미늄 느낌의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1년여간의 산고 끝에 탄생한 갤럭시S4는 이달 유럽과 국내에 출시된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4가 올해 스마트폰 최대 히트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증권가에서는 출시 첫 달에만 1000만대, 누적 1억대 판매라는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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