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화하는 저수지, 이제는 농어촌의 희망으로

[아시아경제 정채웅]오병희(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장)
‘인자요산(仁者樂山)이요, 지자요수(知者樂水)니라’라는 말이 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자연과 벗 삼아 즐기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왔다.‘물’은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필수적인 존재다. 물은 과거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에 주로 이용되었던 반면 최근에는 각종 산업용수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어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이는 정부에서 대규모 재원 및 인력을 투자한 ‘4대강살리기사업’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 물줄기인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을 중심으로 재난 대비 및 관광자원 개발에 거대한 원동력을 제공했다.우리 공사에서는 이 네 개의 대표적인 수계 주변 저수지를 대상으로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을 전국 110개 지구에 시행했다. 농업분야 예산사정으로 느리게 추진되고 있던 기존의 지표수 보강 개발사업을 짧은 기간에 성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이를 통해 저수지 인근의 노후화된 시설을 보강하고 둑을 높여 물그릇을 키우고 홍수와 가뭄 등 재해 예방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저수지를 ‘명품화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지역 관광명소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저수지 인근에 전망대와 수변데크, 캠핑장 및 레포츠 시설을 함께 조성했다.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입석제’와 ‘율치제’ 저수지둑높이기사업 시행으로 금정면과 학산면의 농업용수 공급에 더욱 큰 힘을 보탠 바 있다.금정지역의 지리적 여건을 보완하고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1966년 준공된 ‘입석제’는 46년의 오랜 기간을 거쳐 노후화되어 보수·보강이 시급하고 넉넉한 수량의 수자원 확보가 절실해졌다.이에 국비 177억원을 투입, 2010년 착공한 ‘입석제 저수지둑높이기사업’으로 제당 4.3m를 높이고 당초 71만㎥에서 192만㎥로 저수량을 2.7배 증대시켰다. 또한, 2차선도로 2025m를 확장·신설함에 따라 인곡·백마마을로의 진·출입이 편해져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아울러 금정면 농지 204㏊에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으로 미래 풍년농사를 약속하고, 하천 유지수 일일 5512㎥를 공급해 하천 건천화 방지 및 생태계 보전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학산면 상월리에 위치한 ‘율치제’도 마찬가지다. 험준한 산지로 이루어진 탓에 물을 가두는 일이 쉽지 않았던 인근 농업인들은 빗물에 의존해 농사를 지었기에 가뭄에 몸서리를 쳐야만 했다.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1959년 율치제가 축조되었으나, 저수량 211만㎥로는 농사를 짓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었다. 이에 2010년도에 둑높이기사업에 착공, 제당 4.4m를 높여 당초 저수량 211만㎥에서 360만㎥로 약 1.7배 저수량을 증대시켰다.또 학산천 유지수로 일일 5100㎥를 공급해 하천 건천화 방지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제당 하부에 휴게시설 및 4계절 경관용 조경수를 심어 지역민들에게 휴식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고 놀이문화의 장을 제공해 주었다.‘저수지둑높이기사업’은 기존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이수(利水)기능과 홍수나 가뭄 피해를 예방하는 치수(治水)기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영암지역 일대에 풍부한 농업용수 공급으로 가뭄 없는 전천후 농업이 시작되어 농가소득이 증대되고, 경관조망용 전망대 및 수변데크 등이 포함된 수변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지역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이제 저수지는 변모하고 있다. ‘저수지둑높이기사업’으로 진화한 저수지는 기존의 용수 공급과 배수 역할에만 치중해 저수지와 용배수로 등 농업수리시설이 단순 기능으로 역할하는 것 뿐만 아니라 들녘과 어우러지는 농촌 경관을 선물하고 생태계를 자연 그대로 보전하는 생태 통로가 되어가고 있다.이와 더불어 저수지는 농어촌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어 ‘떠나는 농어촌’에서 ‘다시금 찾아오는 농어촌’으로 바꾸고 있다. 단순히 물을 가두어 두는 저수지가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농어업인에게는 새 희망을 선물하는 ‘명품 저수지’로 재탄생 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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