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고갯길 정비 사업 추진...'화동고갯길' 60여미터 경사 낮출 예정...일부 문화계 인사-박원순 시장 '역사, 문화, 추억의 공간 보존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옥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고갯길 정비 사업을 둘러 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역사와 문화, 추억이 살아 있는 고갯길이니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다른 쪽에선 주민ㆍ관광객의 통행 편의, 겨울철 차량 운행 안전 등을 위해 정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종로구는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3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종로구 화동 106-5번지에 위치한 이른바 '화동 고갯길' 60여m를 정비할 예정이다. 경사가 높아 차량과 사람 통행이 힘들다는 인근 주민단체(북촌문화마을가꾸기)의 제안을 받아 들여 1m가량 도로를 깎아 경사도를 낮추는 작업이다. 이같은 사업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문화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삶의 여유와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그냥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3일자 한 언론에 기고를 통해 "북촌을 가장 북촌답게 만드는 고갯길을 깎겠다니 황당한 발상 아닌가"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의 첨단 도시 서울에서 도시계획의 일환이라며 고갯길을 밀어버린다면, 바로 그 황당함의 극치로 그곳은 악명 높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민들은 사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잃어간다며 작고 오래된 것, 정겨운 것, 시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북촌의 '불편'한 곡선길이 바로 그런 숨 쉴 곳을 선물하는 장소 중 하나"라며 "우리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것은 수백년 된 국보들만이 아니다. 모든 걸 휘발시켜버릴 듯 초고속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터에서 잠시라도 내려 쉴 수 있는 장소를 남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기고문을 읽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을 취소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강력 반대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시장은 3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참 아팠다. 내가 시장으로 있는 서울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라며 사업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박 시장은 이어 "헐고 부수고 깎고 지워서 없애버린 우리의 역사와 문화, 추억과 이야기가 그 얼마이던가"라며 "나는 취임사에서 '추억과 기억이 살아있는 골목길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고 말했다.박 시장은 또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종로구청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재고해 달라고. 그 지역 주민들에게 다른 좋은 사업을 해 드리더라도 이것만은 막는 것이 좋겠다"며 "쉽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도 개발의 큰 압력에 맞서는 것은 마치 큰 수레 앞에 선 사마귀(당랑거철. 螳螂拒轍 )의 심정일 때가 적지 않다. 그래도 이 시대의 정신을 관철하라는 것이 시장의 임무가 아닐까 한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도로과 관계자는 "반대 여론이라고는 그 교수의 칼럼 하나 밖에 없었다"며 "구청장님이 여론을 지켜보고 여러가지를 검토해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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