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바지입은 박과장..핑크 가디건 입은 이부장-직원들 패션에 대한 관심 높여-입무 자신감, 유연성으로 이어져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이번 주 컬러: 민트&오렌지. 옷이나 소품 중에서 민트나 오렌지 계열의 상품을 이용해주세요."TV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미션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에 다니는 '롯데맨'의 이번 주 과제다. 이에 한 직원은 가수 소녀시대가 'Gee'를 불렀던 당시 입었던 샛노란 면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지난 19일 롯데백화점 전직원들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받았다. 민트, 오렌지 계열의 옷이나 소품을 사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저녁 백화점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각 의류 매장마다 민트, 그린, 오렌지색 옷을 고르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난 것. 회사에서 따로 옷사입으라고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롯데백화점 직원들은 저마다 '색깔입히기'에 푹 빠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컬러데이에 대한 직원 호응이 기대 이상"이라며 "남자 직원 중에는 스카프로 스타일을 연출하는 이도 있는 등 조직이 엄청 패셔너블해졌다"고 말했다.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매주 월요일을 '컬러데이'로 지정해 민트&오렌지 색상을 기본 코드로 한 다양한 색상의 복장으로 코디해 출근하고 있다. 이는 출근 복장을 이색적으로 바꿔 직원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도록 한 것. 점심 때 백화점이나 명동거리를 나가면 롯데백화점 직원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칙칙한 회색 정장 일색에서 핑크 가디건을 입은 남성, 민트색 치마를 입은 여성은 롯데직원일 가능성이 크다. 내부에서는 '소녀시대 바지를 입고 출근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박준영 롯데백화점 이벤트담당 대리는 "쇼핑할 때 예전에는 차분한 색상의 옷들을 찾았다면 요즘에는 화사한 색감의 옷을 찾게 된다"며 "주변 동료들도 평소에 직장에서 입기 어려웠던 원색 계통의 컬러를 과감하게 시도한다"고 말했다.롯데 직원들이 이처럼 패셔너블해진 것은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의 공이 크다. 지난해 2월 선임된 신 대표는 지난 1년간 경기 침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화두로 '패션 강화'를 강조해왔다. 고리타분한 모델 전략에서 벗어나 소녀시대를 기용해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강조했으며 직원들한테도 '옷 잘입는 임직원'이 되기를 주문했다. '직원들이 패션 감각이 있어야 고객한테도 제안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임원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최신 유행하는 패션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옷뿐만 아니라 염색, 펌 등 헤어스타일, 컬러 안경테 등 액세서리까지도 신경 쓰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직원들도 10명 중 2명가량 될 정도다.이상혁 롯데백화점 마케팅담당 대리는 "입사 후 처음으로 오렌지색 컬러의 셔츠를 입어봤는데 옷 색깔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며 "앞으로도 컬러데이와 관계없이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패션에 색깔까지 더했다. 지난 3월 글로벌 색체전문가 마시모 카이아쪼를 본사에 초청해 상품본부 및 디자인 담당 직원 15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고 이달 초부터는 매장 직원들이 착용하는 코사지도 갈색계통에서 민트, 오렌지 색상으로 변경했다.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패션의 변화는 단순한 외모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업무 자신감과 사고의 유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직원들 얼굴에서 생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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