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12차선 광폭도로, 지반 약해 첨단 공법 적용...나베신도시서도 기술력 인정
[베트남 호찌민·하노이=배경환기자]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인 호찌민시 탄손누트 국제공항에서 불과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TBO도로 빈로이교’ 신설 공사현장. 이곳의 시공사는 GS건설이다. 다른 국내외 현장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GS건설은 이 프로젝트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글로벌 건설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동시에 베트남 토목사업 진출의 물꼬를 튼 케이스여서다.아직 국내에선 쌀쌀함이 느껴지지만 이 현장은 교량에 올라선지 5분만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 섭씨 30도를 넘는 덥고 습한 날씨 탓이다. 하지만 악조건에도 불구, 현장 직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기만 하다. 서울 한강의 서강대교를 연상케하는 철골 구조물 ‘닐센아치’를 올려놓은 후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호찌민시의 사이공강을 관통하는 TBO도로(Tan Son Nhat-Binh Loi-Outer Ring Road)의 랜드마크가 이 빈로이교량이다. 이 다리가 완성되면 사이공강 횡단 도심교통량의 40%를 분담하게 된다. 호찌민시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결하는 될 것이라고 김동균 GS건설 베트남사업추진단장이 곧바로 설명한다.
GS건설이 베트남 호찌민시 한복판에 짓고 있는 총 연장 13.6km, 도로폭 60m, 12차선의 TBO도로 건설현장. /
◇“기술로 극복했다”= TBO도로 프로젝트는 ‘호찌민시 마스터플랜 2020’에 따라 계획된 도시순환도로 4곳 중 1번 순환도로의 일부다. 탄손누트 국제공항에서 딴빈, 고밥, 빈탄 지역을 통과해 동서간선도로에 연결되는 총 연장 13.6km, 도로폭 60m 12차선의 호찌민시 최대 도로다. 호찌민시와 대한민국이 2007년 맺은 BT사업의 근본이 되는 프로젝트로 2007년 12월 투자승인을 득한 후 지난 2008년 6월 기공식을 가졌다.사업초기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약한 지반 탓에 호찌민시에서 조차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GS건설은 새로운 공법을 통해 난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연약한 지반에 흙을 쌓아 침하시킨 기존 개량공사가 아닌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만든 기둥을 지하 15~20m까지 넣어 지반을 다진 뒤 도로를 받친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특히 TBO도로의 빈로이교는 한국형 교량을 그대로 옮겨놓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호찌민시 관계자들이 한국 방문시 한강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를 본 뒤 TBO도로에도 같은 교량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체 1.1㎞중 사이공강을 횡단하는 교량으로 선박 등의 통행을 위한 중심구간은 높이 30m, 폭 28m, 길이 150m에 달한다.신창민 현장소장은 “TBO사업을 통해 호찌민시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정부로부터 글로벌 업체로서 최고의 신뢰를 쌓았다”며 “이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진행될 향후 대규모 개발 사업에 참여해 장기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호찌민시에 조성 중인 나베신도시는 인근 푸미흥 신도시를 콘셉트로 삼고 있다. 현재 푸미흥 신도시는 베트남내 최대 신도시로 꼽힌다. /
◇“3년뒤, 최고 신도시가 바뀐다”= 호찌민시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30여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GS건설이 추진 중인 나베신도시다. 내년부터 도로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으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아파트와 빌라 등 총 1만7000여가구가 공급된다.340만㎡규모의 나베신도시는 입지 선정에서 설계, 시공, 감리 등 전 분야를 GS건설이 단독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 단일 건설업체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째로 맡긴 전례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땅을 고르는 성토작업이 2단계까지 마무리됐지만 송전탑 이전 등 본격적인 부지조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5㎞인근에 위치한 ‘푸미흥 신도시’를 보면 나베신도시의 미래가 그려진다. 베트남내 최고의 부촌지대로 평가받는 푸미흥 신도시는 1991년부터 대만의 부동산 개발사인 CT&D사와 호찌민시 인민위원회가 공동 개발한 곳이다. 외국인들과 호찌민 신흥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최고가 아파트와 빌라, 국제학교, 고급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이른바 ‘호찌민의 강남’이다.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도시설계로 한국인들도 최근 몇년새 대거 몰리고 있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버스로 이동하는 30여분간 곳곳에서 한국인 음식점을 비롯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개업소 10여곳이 눈에 띄었다. 1990년대 개발된 빌라의 경우 월 임대료는 1000달러 수준, 2000년대에 조성된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1500~2000달러에 형성됐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GS건설도 푸미흥과 같은 콘셉트를 준비 중이다. 아파트보다 빌라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 빌라부터 공략한 뒤 아파트 조성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나베신도시 부지가 늪지대인 점을 역이용해 수변공간을 활용한 도시를 설계하기로 했다.
GS건설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짓고 있는 빈틴교 건설현장. 이 사업장은 최저가 입찰이 아닌 적정 공사비 입찰로 진행돼 베트남 정부 차원의 관심이 높다. /
◇정부가 인정한 모범사업장= 호찌민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여 이동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도 GS건설의 한류붐을 확인했다. 하노이 홍강을 가로지르는 ‘빈틴교’ 공사현장으로 해가 떨어지는 오후 늦은 시간에 찾았음에도 주변에서 먼지가 끊이질 않았다. 교량 위로 자재를 올리는 대형 크레인도 쉴새없이 움직였다. 600여명의 인원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전문 환경관리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모범 공사현장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 프로젝트는 하노이시로 몰리는 교통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제5번 외곽순환도로의 전체연장 366km중 하노이 서북부에 위치한 손타이와 홍강을 횡단해 빈틴 지역을 연결하는 연장선 5.5㎞규모다. 최저가 입찰이 아닌 적정 공사비 입찰로 진행돼 베트남 정부 차원의 관심도 뜨겁다. 여기에 GS건설이 100%지분을 갖고 수행하는 공사로서도 의미가 깊다. 순수 CM(Construction Management)개념의 방법으로 극소수의 국내 직원과 다수의 베트남 엔지니어 채용이 가능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사업 발주처인 베트남 교통부 산하 PMU(Project Management Unit) 응웬맹훙 부사장은 “시공사를 선정하기에 앞서 GS건설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한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기술과 신뢰도면에서 모두 확신했다”며 “빈틴교 공사의 외형이나 공사금액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베트남 주요 인사들의 현장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완공 후 베트남 정부내에서 GS건설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최고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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