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구로다 하루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20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총재에 취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물가상승률 2% 조기 달성 및 채권 매입 규모 확대 등 당장 BOJ가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통화정책위원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책 방향 제시할 듯 = 구로다 총재는 21일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BOJ의 금융정책에 대한 일성을 밝힐 계획이다. 일본 언론들은 구로다 총재가 현재 BOJ의 금융정책인 '포괄적 금융 완화'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생각을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방향도 '경제, 재정 개혁'에서 '디플레탈피'가 주가 될 전망이다.포괄적 금융완화란 이번에 퇴임한 시라카와 마사하키 전 총재가 2010년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내놓은 정책이다. 당시 BOJ는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JREIT) 등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5조엔 규모의 기금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구로다 총재는 시라카와 총재가 '강력하다'고 평가한 정책을 더욱 키울 태세다. 그는 참의원 인사 청문회에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대담한 통화완화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매입하는 국채의 만기 년도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도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힌 무제한 양적완화도 조기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사로 과감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BOJ에 '레짐체인지(체제 전환)'을 요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동안 BOJ 정책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해 온 이와타 키쿠오 카쿠슈인대 교수를 부총재로 임명했다. 키쿠오 부총재는 나카소 히로시 BOJ 국제담당 이사와 함께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물가 목표 달성하는데 최소 5년은 걸릴 것"전문가들은 구로다 체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선 2년 내 물가목표 2% 달성은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2년 후 소비자 물가가 전년대비 2% 상승하려면 실질국내총생산(GDP)이 2년 연속 4% 성장해야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엔화약세와 재정지출 효과를 최고로 짜낼 시 연간 2.3%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해도 목표 달성까지는 최소한 5년은 필요하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14~2017년 일본 경제의 성장률이 평균 0.9%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SMBC 증권에 따르면 과거 일본 경제가 2%의 물가 상승을 보였던 때는 실업률이 2.5% 수준일 때였다. 현재 일본의 실업률이 4%에 머물러 있으므로 1.5% 이상 줄여야 한다. 2년간 매월 11만명을 고용해야 하는 셈이다. 마키노 준이치 SMBC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2007년 무렵에도 월 4만명 고용되는 게 전부였다"며 실업률을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 비둘기파 VS 매파관심은 당장 내달 3일 통화정책회의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비둘기파인 구로다 총재와 이와타 부총재의 임명 등으로 BOJ내 역학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매파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체제 첫 회의인 만큼 앞으로 통화정책의 향방을 보여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시라카와 총재는 퇴임하면서 "시장을 생각대로 움직이려는 정책관은 위험하다"며 구로다 총재 체제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총재는 최근 통화공급과 물가상승의 관계가 단절되고 있다며 금융완화만으로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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