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검찰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도할 인물이 정해졌다.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선임한 것은 역발상의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그 역발상이 제대로 통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지난 15일 정부 주요 인선을 통해 검찰총장 자리에 특별수사통인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채 후보자는 1982년 사시(24회)로 검찰에 들어온 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여당대표 구속,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구속 등 굵직한 수사를 지휘했다. 채 후보자에게 중수부는 고향과 같은 부서다. 그런 채 후보자에게 처음 맡겨진 임무가 검찰개혁이고, 그 중요 과제 중 하나는 중수부 폐지다. 친정집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인사는 특수통이었던 만큼 부서 후배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앞서 이뤄진 공정거래위원장 인선도 채 검찰총장 후보자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후보자는 20여년간 로펌에서 근무하면서 대기업의 변론을 주로 해왔다. 때문에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의 일부 의원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한 위원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에 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니 오히려 경제민주화 실천을 잘해낼 것이라고 말한다. 재계 한 관계자도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며 "한 후보자가 기업의 속성을 잘 안다는 것이 더 부담"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중수부 출신 검사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맡기고, 대기업 변호를 주로 해왔던 인물에게 대기업을 향한 칼을 맡겼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있다. 병법에 등장하는 단어로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의미다. 같은 방식으로 검찰총장과 공정위원장 인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이 인선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문제는 박 대통령에게 남았다. 이들이 '후보자' 꼬리표를 뗀 후 내놓은 성과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결국 화살은 박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대통령이 국민에게 내건 약속이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정치 구호가 아니었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증명해야 할 숙제인 셈이다. 대통령이 이들을 어떻게 지휘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세종=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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