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제경제법 및 통상분야 전문가 4명 가운데 3명은 통상업무를 현 외교부처에서 경제부처로 옮기는 데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구상한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안 가운데 논란이 가시지 않는 부분으로, 발표 전까지 아무런 예고 없이 결정된 데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한국국제경제법학회가 최근 학회 회원을 상대로 새 정부의 통상부문 개편안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통상업무 이관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했다. 인수위는 최근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고 현 지식경제부에 통상교섭권한을 넘겨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이 같은 개편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타 의견으로는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 '주무부처의 단순한 이전 자체로 찬반을 논하기 어렵고 국내 경제상황의 악화가 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 등이 있었다.차기 정부에서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정책 및 교섭업무를 전적으로 수행하고, 외교부는 FTA업무를 제외한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다자ㆍ지역통상업무를 담당케 하는 절충안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응답자의 69%로 찬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차기 정부가 FTA정책을 진행하는 데 어떤 조직형태가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처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의 독립적인 기구가 전담하는 게 적절하다는 답변이 40%로 가장 많았다. 이는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현재처럼 외교통상부 내 통상교섭본부가 수행하되 산업관련 부처가 전문가 파견을 늘려 전문지식을 보완하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34%로 뒤를 이었다. 한 교수는 "대외 통상교섭업무 및 교섭권한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기구를 통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상적일 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다른 전문가는 "통상업무는 국익과 직결된다"면서 "정권 변경에 의해 관계부처가 변경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개편안이 공개되기 전까지 아무런 논의과정이 없었다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박 당선인은 선거 전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를 신설하겠다는 점에 대해선 공언했지만 통상업무와 관련해선 이렇다 할 언급이 전혀 없었다. 400여쪽에 달하는 공약집에도 전혀 없는 내용이다.이번 설문에 답한 한 회원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과정이 생략된 채 급속히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선인의)철학과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다른 전문가 역시 "전문성 존중이 필요한 업무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공과를 철저히 평가해 조직개편이 진행돼야 하지만 정치적 판단에 의존한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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