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승훈(19·서라벌고등학교 3학년)군이 자신이 기르는 알비노 버마 비단뱀을 목에 두르고 있다.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뱀 사랑' 덕분에 대학에 합격한 고등학생이 있다. 서울 서라벌고등학교 3학년 차승훈(19)군 얘기다. 차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지난 10월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입학이 확정됐다. 뱀을 키우면서 알게 된 전문지식과 경험이 면접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사정관과의 면접 시간 20분 동안 차군은 뱀을 키우며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책까지 쓰게 된 과정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세계적인 뱀독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차군과 뱀의 인연은 초등학생 5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개와 고양이, 다람쥐, 햄스터 등을 기르며 유난히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즐겨 찾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뱀 키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접한 뒤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뱀 구입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는 그와 여동생은 당시 '뱀은 털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2년간의 설득 끝에 드디어 중학생이 되면서 뱀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쁜 순간도 잠시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공부를 위해 기르던 뱀을 모두 분양한 것이다. 그래도 차군의 뱀 사랑은 식지 않았다. 직접 뱀을 기르는 대신 뱀에 대한 이론을 섭렵하기 시작한 것이다. 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밤낮으로 검색은 물론 시중에 나온 출판물까지 뒤적이며 공부했다. 이렇게 몇년동안 확보한 자료와 경험, 관찰을 토대로 지난 7월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뱀'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 차승훈군이 알비노 버마 비단뱀을 손에 감아보이고 있다.
현재 그가 기르는 뱀은 보아뱀 3마리와 그물무늬 비단뱀 1마리, 알비노 버마 비단뱀 1마리 등 총 5마리다. 한 마리에 20만~40만원 정도 하는 뱀들이다. 현재 이 뱀들은 모두 2평 남짓한 그의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차군은 침대 옆에 유리장식장을 두고 그 안에서 뱀을 키운다.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눈을 뜨면 뱀부터 찾는다. 때로는 침대 위에 수시로 올려놓기도 한다.차군은 "뱀이 자기 머리의 4~5배 되는 먹이를 꿀꺽 삼키거나 마술처럼 탈피를 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 다큐멘터리가 따로 없었어요. 정말 신기했습니다"라고 처음 뱀을 접한 때를 회상했다. 그는 "뱀을 몸에 감고 있어도 물거나 공격하지 않아요"라며 "뱀이 무섭다는 건 편견"이라고 말했다.그는 다른 애완동물과 달리 뱀은 관리하기가 쉽고 공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식장 바닥에 신문지를 미리 깔아주고 일주일에 한두 번 먹이를 챙겨주는 게 관리의 전부일 정도로 품이 들지 않는다. 가끔씩 욕조에서 따뜻한 물로 씻겨주는 게 그나마 일거리에 속한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뱀에게 먹일 700~4000원짜리 냉동쥐를 구입한다.뱀을 키우면서 생기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하나 둘씩 늘어갔다. 10㎏에 달하는 뱀이 사육장을 빠져나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닐 땐 엄마의 비명소리가 저절로 들렸다. 또 뱀의 먹이인 냉동 쥐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가족들이 기겁을 한 적도 부지기수다.남다른 취미를 가진 탓에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비춰지진 않을까? 차군은 호기심으로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뱀을 꼭 만져보라고 권한다. 목에 뱀을 둘러보거나 쓰다듬어 본 친구들은 신기해하다가 어느새 뱀과 친숙해진다.차군은 뱀 사육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뱀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이에요. 무턱대고 기르려고 하면 시행착오가 많을 수 있습니다. 사전에 많은 공부가 필요해요"라고 조언했다.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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