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무상보육예산, 택시법, 유통법 등 임시국회 해법 놓고 고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산적한 현안이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사회적 갈등의 가능성이 높은 유통산업발전법, 대중교통법, 군공항이전법 등 현안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박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여야는 18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20일 국회를 소집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가 막을 내린 후 11일 만에 소집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예산부수법안 등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 국회는 21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증액 심사를 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 여야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합의를 통해 오는 27일과 28일 본회의를 개최해 예산안 등을 처리키로 했다.대선은 끝났지만 정국은 또 다시 살얼음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치열했던 대선 만큼이나 거세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에게 힘을 싣기 위해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민주통합당은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신경전을 예고했다.국회와 정부부처의 기싸움도 팽팽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예산안 증액심사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겠다고 했고, 야당도 이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0∼2세 보육료의 경우 소득하위 70%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예산안을 제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재정부 입주식을 마친 뒤 예산안 수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은 원안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새누리당은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지원 등 총선 및 대선 일부 공약을 반영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8900억~1조500억 원가량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상황에 따라 내년 초에 10조 원 안팎의 추경예산을 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국민과 약속한 것인 만큼 예산심사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에 관한 법률(택시법)'의 처리 해법도 간단치 않다. 국회는 지난 11월 버스업계의 눈치만 보다가 본회의 상정을 유보했다. 여야는 일단 예산안을 처리할 때 택시법을 같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버스업계를 어떻게 설득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법안 처리를 놓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입장은 여전히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택시업계가 대중교통법 개정안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으로 법적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각종 정부 지원이 가능해진다. 버스업계는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받으면 정부 지원금을 쪼개야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처리를 미뤄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등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의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유통법은 지난달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돼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발목이 잡혔다.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맞벌이 부부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박 당선인은 지난 총선에서부터 대선기간까지 "골목상권과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납품업체와 농어민의 반발을 우려한다. 그는 지난 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첫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유통법 처리로 인한) 농어민 등의 손해는 1조원 이상, 납품업체의 피해는 5조원 이상에 이른다"며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농어민과 납품업체 등의 피해는 물론 맞벌이 부부의 불편함까지 우려돼 예상돼 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대구 K2 공군기지 이전의 법적근거를 담은 '군공항이전특별법'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처리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안보와 예산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상황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은 "군공항을 폐쇄가 아니라 이전하는 것인데 왜 국가안보를 운운하느냐"며 "국방위에서도 여야를 떠나서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강조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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