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좀 놀아본 자의 귀환 '라이프 트렌드2013'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매년 세밑에 등장하는 트렌드 도서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경제 지표와 경제, 산업 동향 등 거시적 경제 흐름을 짚은 경기 동향 전망서다. 또 다른 하나는 소비 성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는 소비트렌드 분석서다. 이런 트렌드 도서들을 통해 일상의 감각, 인간 관계의 변화, 사회 문화적 흐름을 읽기는 역부족이었다.'라이프 트렌드 2013'은 이런 아쉬움을 메워준다. 특히 문화적 감각의 트렌드 도서라는 점에서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을 적극적으로 통찰하고 있어 주목할만 하다. 2013년을 관통할 트렌드로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의 새로운 티핑 포인트, 힐링시대, 매력적인 마초걸의 등장, 퇴조하는 베이글녀, 요리하는 남자, 새로운 가족의 탄생, 넘치는 푸어족, 외톨이 전성시대, 현실 속 네버랜드, 소비 윤리, 합리적 소비, 히스토리와 오리지널 등 22개를 제시, 삶의 변화상과 배경, 미래 전망을 조망하고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13'은 문화적으로 트렌드를 읽으면서도 경제 및 소비, 마케팅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 즉 경제 지침서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실례로 여성에 대한 트렌드를 살펴보자. 그동안 대세는 '골드 미스'와 '베이글녀'로 통칭한다. 이런 판국에 획기적인 두개의 단서가 새로 등장했다. 즉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다. 권력이 변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함에 따라 세상의 변화는 더욱 치열해졌다. 이는 과거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사회 인프라를 장악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여성이 권력의 정점에 이르렀다. 따라서 권력이 남성의 전유물인 시대는 바뀌었다 다른 하나는 베이글녀가 퇴조하는 자리에 '마초걸'이 대체해 나가는 추세다. 2011년 결혼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출생자는 9959명. 결혼 자체를 기피하고 유럽식 동거 출산이나 자발적 싱글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싱글맘의 증가는 분명 사회 변화와 반대로 전개되는 양상이다.결혼관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흐름이 혼외 출생자, 싱글맘을 바로 보는 시선을 긍정적인 태도로 바꿨다.  그동안 대세였던 '베이글녀'들은 성형, 화려하고 섹시한 속옷, 화장품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마초걸의 등장은 자기 계발, 주거 및 자산관리 등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마초걸의 입장에서 베이글녀는 직장내에서 열심히 일하는 풍토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성적 매력이 조직 질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성 입장에서도 굳이 섹시해야만 이유도 줄어 들었다. 마초걸들은 편하게 일하고, 자기 능력에 따라 인정받아야하는 입장에서 성적 매력은 덜 중요해졌다. 과거 직장 내에서 섹시한 여성이 살아남을 확률은 높았다. 베이글녀를 추종하는 분위기는 화장품업이나 성형업을 이끌었다. 즉 '마초'같은 여성들도 새로운 제품의 소비를 이끌만한 상황에 펼쳐진 셈이다.  이처럼 문화적ㆍ사회적 변화 즉 새로운 트렌드가 소비생활과 경제활동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통계와 숫자가 읽어내지 못하는 변화를 읽고 싶다면 한번쯤 선택해볼만한 책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3'/ 김용섭 지음/1만5000원/도서출판 '부키')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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