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안 기름유출 5년, 아물지 않은 상처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정박 중인 홍콩 유조선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원유 1만2547㎘가 쏟아져 나와 서해안을 온통 기름띠로 뒤덮었다. 국내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다. 사고 이후 수산물 위판실적은 반토막이 나고 관광객은 3분의 1로 줄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4명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생태계는 물론 주민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그 후 만 5년이 흘렀지만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피해 보상은 겉돌고 있다. 피해액 산정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피해 주민이 청구한 금액은 2조7752억원이다. 그러나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인정한 것은 1799억원으로 청구액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맨손어업 등 배상 청구를 위한 증빙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주민은 정부의 무관심을 원망한다. 국제기금과 이견을 줄이는 등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더라면 인정액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 당사자인 삼성 측의 불성실한 대응도 문제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이후 56억원의 배상책임만을 졌다.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 지역발전기금 1000억원을 약속했지만 주민은 5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5000억원이라 해도 피해 규모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때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200억달러의 보상기금을 내놓았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보상문제뿐 아니다. 아직도 바닷속 갯벌에선 기름 흔적이 배어나오고 패류의 개체 수도 눈에 띄게 주는 등 파괴된 생태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민 건강도 걱정이다. 주민 28% 이상이 호흡기질환, 고혈압, 우울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바다 인근 주민이 잇따라 암 판정을 받기도 했다.  기름 제거에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손이 몰렸지만, 정부의 소극적 지원과 삼성 측의 불성실한 대응은 상처를 깊게 했다. 사고 수습은 당사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은 약속한 지역발전기금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생태계 원상 복구와 무너진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정부도 주민이 아픔을 잊고 예전처럼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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