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이빈섬의 '첫눈'

그게 그것이었나/첫사랑 지나가듯/눈물 흘릴 틈 없이,/첫눈에 반하고 첫눈에 위반하고/눈석임물 짓는/홑바람 한겹같은/몇 송이 흩다만 보풀눈/돌아보면 없는/찔끔눈//바쁜 행인들에 끼어,/고개 꺾고 대기하던 횡단보도 위로/내리는 첫눈/오뎅국물 종이컵에 찍힌/루즈의 화문(花紋) 위에/내리는 첫눈(......)아침에 포옹하고 저녁에 죽어도/많이 슬프진 않을 나이에,/전화기에 뜬 글자,//눈이 와요 첫눈,//그 애틋한 눈길에/잠깐/멈춰서다■ 첫눈이란 무료한 삶의 권태를 깨는, 자연의 선물이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개들도 꼬리를 치며 컹컹 짖어대는 걸 보면 그 신기함에 대한 흥분을 굳이 줄이는 일이 위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이라는 것, 그리고 세상 그림을 일순간에 바꾸는 무엇, 그리고 허공에 난무하는 분분한 눈알갱이들이 만드는 애잔하고 이채로운 환상. 거기에 사랑이라는 의미소(意味素)를 버무리면, 이 우중충하던 환절기는 가장 아름다운 동화 속 이미지로 변한다. 첫눈의 귀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마지막 눈이 내리는 날까지, 아니 생애의 마지막 맞는 첫눈의 날까지 그리워하는데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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