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부족환 이란인들, 가상화폐 이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과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이란에 경제제재 조치를 가한 뒤 이란에서 미 달러화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가상화폐' 이용이 늘고 있다.국제 사회가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경제제제에 나선 뒤 이란 리알화 환율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리알은 지난해 말 달러당 1만3000리알에 거래됐지만 지난 8월 달러당 2만160리알로, 10월 3만6500리알로 뚝 떨어졌다. 현재 리알은 암시장에서 달러당 2만7000선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1만2260리알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달러 등 외국 돈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미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온라인판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란에서 온라인 가상통화 '비트코인'이 해외 거래에 이용되고 있다고 최근 소개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가상화폐로 온라인에서 실제 화폐처럼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 결제는 중앙 기관 없이 암호화 정보를 통해 숱한 컴퓨터에 의해 분산 처리된다. 비트코인은 현재 수천개 인터넷 쇼핑몰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 간 직접 거래를 통해 운영돼 거래 차단이 어렵다.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이란인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 등 화폐를 손쉽게 가상화폐로 전환해 이란 내로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를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가상 네트워크에서 신분을 감춘 채 거래할 수 있다. 각 정부가 아무리 제재하려 들어도 거래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인이 이란 가수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음원 사용료는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수 있다. 미 정부로서는 이를 차단할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해외 거주 이란인의 경우 비트코인을 이란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할 수 있다. 반대로 이란에서 바깥으로 보낼 수도 있다.미 연방수사국(FBI)은 비트코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외부로 유출된 FBI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중앙 통제기구가 없어 수상한 거래를 추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이용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거나 거래 기록을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FBI는 지적했다. 이란인들이 비트코인으로 금융 거래에 나설 경우 현실상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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