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의 경제학' 불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비싼 구두는 사기 아깝지만…워킹·트레킹화는 필수품올 패션업계 매출 일등공신 저렴하고 실속있는 제품 선호 오피스 슈즈로도 수요 높아강추위에 부츠 인기도 여전[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어그부츠, 시골 계시는 우리 할머니 사다 드리려구요. 올 겨울 춥다는데 신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부츠대전'이 한창인 3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9층 이벤트홀은 겨울 준비에 나선 인파로 북적였다. 추위가 닥치면서는 그간 부진했던 백화점 살롱화 브랜드들도 절치부심 올 겨울 한몫 단단히 챙길 태세다. 코트, 다운점퍼 등과 더불어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부츠 매출이다. 상반기 매출을 스포츠화가 이끌었다면 가을은 등산화, 겨울에는 부츠 등 방한용 신발이 불황을 모르고 팔려나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츠대전

올해 패션업계에서는 신발이 효자로 불린다. 사상 초유의 불황 속에서도 패션업계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 바로 신발매출이다.전반적인 패션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신발은 꾸준히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올 들어 10월까지 스포츠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신장했다. 백화점이 매출이 한 자릿수에서 마이너스 신장률까지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의류 매출이 저조했던 반면 워킹화, 트레킹화 등 신발류 매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의 신제품 워킹화는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10만켤레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올 10월까지 전년비 16~17%가량 늘었다. 프로스펙스 워킹화 및 러닝화 총 매출액은 약 1700억원. 올해 말까지 24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노스페이스의 하이킹모델인 DYS500은 봄·여름 시즌용으로 출시한 모델이 전국에서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트레킹화 릫오메가릮는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물량이 모두 소진되며 완판 기록을 세웠다. 릫오메가릮는 한 달 만에 판매율 60% 이상을 달성했고 두 달 만에 완전 판매됐다. 상반기 스포츠화가 불황을 모르고 팔려나간 이유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등산화, 워킹화, 축구화 등 상황에 맞는 세분화된 카테고리의 신발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신발시장의 전체 볼륨이 확대됐다. 더불어 비즈니스 캐주얼로 착장문화가 변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신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도 큰 요인이다. 그날의 옷에 맞는 컬러와 분위기 등 신발의 패션 소품화, 기호품화가 신발업계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업체들이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을 기용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던 것도 주효했다.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과 달리 캐주얼로 착장문화가 변해 직장에서도 출근할때 운동화를 신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구두는 샌들을 산다고 해도 최소 15만원 이상인데 운동화는 구두보다 단가가 낮아 10만원 미만 제품들이 많다. 불황에 이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면이 부각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스포츠화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구두 하나, 운동화 하나 이렇게 구비를 했다면 요즘에는 등산화, 워킹화, 축구화 등 활동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을 한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또 패션에 따라 다양한 신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황에도 신발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웰빙 열풍과 관련이 있다”면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한살림 초록마을 등 유기농 브랜드의 매출이 급증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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