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무역 8강, 내년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할 것이란 소식이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자산가치가 세계 9위로 올라섰다는 평가 결과도 나왔다. 여러 나라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성적표 순위가 올라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한 자리 숫자일 때는 더욱 그래서 선진국에 다가섰다는 자부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점이 있다. 그 순위가 진정한 실력인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인가. 지식경제부는 우리나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한편 세계 무역 8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2000~2002년 세계 13위에서 2009년 10위로, 다시 2010년 9위로 올라섰다. 올해 8위에 진입한다면 10년 만에 5계단을 뛰어 오르는 셈이다. 세계 교역량의 감소 추세 속에서 선방한 결과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외형적 성과에 자만할 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수출은 예전의 활력을 잃었다.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액은 455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 % 감소했다. 물량 기준으로는 4.2%가 증가했으니 그만큼 채산성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무역 8위로 올라선 것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불황과 유럽 재정위기의 결과다. 재정이 흔들려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의 무역이 추락, 그 자리를 우리가 꿰찼다. 지난달 수출이 오랫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도 올라갔다. 산업정책연구원이 매긴 한국의 브랜드 자산가치는 1조6000억달러로 주요 39개국 중에서 9위에 올랐다. 2006년 이후 계속 10위에 머물던 순위가 6년 만에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1위 미국(12조2000억달러)이나 독일(7조4000억달러)은 물론 아직은 경제가 추락한다는 일본(3조400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무역 규모나 국가 브랜드 순위 상승도 의미 있지만 우리의 진짜 실력과 주변의 환경을 엄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방했다는 수출만 해도 그렇다. 내년에도 세계 무역환경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수요의 둔화, 단가하락, 고개를 드는 보호무역주의가 그것이다. 떨어지고 있는 환율도 부담이다. 시장 다변화, 품질 고급화와 같은 상식적 대책을 뛰어 넘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새로운 비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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