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인 말바꾸기 못 참아'…'모순점을 지적해야'

선종구 前 하이마트 회장 재판 증인신문…檢, 측근 통해 광고비 리베이트 정황 추궁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재판 증인신문 도중 격앙된 검사를 판사가 진정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재판에 출석한 증인이 검찰 조서와 달리 진술을 번복하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가자 담당검사가 증인을 취조하듯 심문한 탓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선종구(65) 전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세 번째 심리를 진행했다. 이 날 오전 재판은 하이마트의 광고대행사인 W커뮤니케이션에서 관리이사로 재직했던 김모 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사의 신문이 이어졌다. W커뮤니케이션는 하이마트로부터 매년 수백억 규모의 광고대행 계약을 맺고 방송사와 신문사 등을 통해 광고를 내보냈던 업체다. 책정된 광고비 가운데 약 10%가 W커뮤니케이션의 수입으로 이 또한 수십억원에 이른다. 검찰 조사 등에 따르면 선 전 회장은 W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의 측근을 임원으로 취업시키고 이 측근을 통해 하이마트 광고비 중 일부를 리베이트 형태로 지급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에 대한 검찰의 심문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검찰 측이 "W커뮤니케이션이 하이마트와 광고대행 계약을 체결할 때 박씨를 정식으로 채용하는 조건이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김씨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또 검찰 측이 "계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박씨가 매월 25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는데 맞는가"라고 물었지만, 김씨는 "박씨가 처음 입사했을 때 연봉이 7000만~8000만원이었다"며 검찰의 주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의 연봉은 6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책정됐다. W커뮤니케이션 대표 연봉이 1억원인데 비해 월등히 많다. 이어 검찰 측이 "증인이 조사받을 때 '광고 업계의 관행상 수주액의 30%를 리베이트로 주는데 그 리베이트는 박씨를 통해 선 전 회장에게 전달됐다'고 말한 부분은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씨가 "자신의 진술이 잘못 기재됐고, 조서 열람 때 정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검찰 측에서 "우리가 없는 말을 지어내 조서를 꾸민 것이냐"라고 묻기도 했다. 급기야 검찰 측이 "오늘 재판에 나오기 전에 선 전 회장 측 변호인을 만나서 진술이 바뀐 것이냐"며 "증인이 급여를 집행하는 관리이사인데 박씨가 대표이사보다 9배나 많은 연봉을 가져가는 이유를 생각해 본적이 없냐"고 추궁하듯 물었고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재판을 진행하는 이 부장판사가 직접 나서 분위기를 정돈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인의 진술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검사는 모순을 지적해 심문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검사의 억양이 화가 난 상태로 계속되면 해야할 것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조서 내용과 증인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자 이 부장판사가 직접 나서 증인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조서 내용의 어느 부분이 진술과 다른지, 또 어떤 취지로 답변을 한 것인지를 여러 차례 묻고 진술을 다시 정리하면서 시간이 더 지체됐다. 검찰 심문이 끝나고 변호인 측의 반대심문 차례에도 문제는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심문에 앞서 변호인 측은 "증인이 위축되면 변호인, 증인 모두 어렵다"며 "증인의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진술 조서를 보이는 것은 혀용되지만, 들이대고 강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도 "조사를 받을 때 조서 내용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증인도 알고 있다"며 "조서에 구술언어나 감탄사 같은 자연언어를 모두 적시 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맞대응 했다.이 부장판사는 "재판은 누군가 보고 있다"며 "어느 측의 심문이 부당한지 여기 앉아 있는 방청객도 판단할 것이다"라며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정리했다. 한편, 선 전 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통해 하이마트 광고비 일부를 빼돌렸다는 검찰의 의혹이 제기 되면서 측근 박씨, W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 등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나올 관련자 진술에 따라 사건이 정황이 더 자세히 들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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