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새누리당이 대선 이후에 투입할 민생ㆍ복지 관련 예산의 구체적인 규모 및 조달 방안 등을 잇따라 제시해 주목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단일후보가 결정된 뒤에는 여야간 '쩐의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 예산' 책정 여부나 증세 문제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이 예고된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선후보가 약 135조원 규모의 '국민행복 재원' 마련 구상을 내놓은 뒤 하룻만인 지난 19일 '긴급 민생현안 대책'의 일환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에 약 4조원의 민생예산을 추가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사위와 며느리를 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의 수를 현재 약 140만명에서 약 168만명으로 늘리고 저임금(월소득 110만~130만원) 근로자의 사회보혐료 절반 가량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일 등이 예산의 주요 용처다. 주목할 건 민주당의 복안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뽑힐 신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선공약을 실현하는 데 쓸 수 있도록 3조~4조원 정도를 이른바 '대통령 예산'으로 떼어두자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굳이 대통령 예산을 따로 책정할 필요가 없고, 시급한 민생 현안을 위해 투명하게 재원을 마련해두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을 내세워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후보가 앞서 제시한 '국민행복 재원'은 135조원이라는 재원의 규모보다 재원조달 방안을 둘러싸고 난타전이 예상된다. 재원조달 구상에서 증세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제대로 걷히지 않는 세금을 파악해 투명하게 과세하고 불필요한 정부 예산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장밋빛 계산법' '증세논의 없는 복지ㆍ민생재원 조달 공약은 허구'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증발하는 세금을 붙잡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세금과의 전쟁 선포와 다름없다는 걸 박 후보가 아는지 모르겠다"며 "예를들어 '소득조사청 신설' 정도의 구체적인 방안이 뒤따랐다면 모르겠으나 현 시점에서는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불필요한 정부예산이라고 하면 토목이 대표적인데 이를 바로잡겠다고 약속을 하려면 4대강 사업 복원 구상부터 밝혀야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는 법인세율 인상, 과세감면 축소 등 '빅3'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증세 구상을 밝힌 상태이며 안철수 후보 역시 증세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는 대선공약 실현을 위한 최종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누구로 단일화가 되든 증세를 둘러싼 여야간의 정책적ㆍ이념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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