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번주 뉴욕 증시를 뒤흔들 최대 변수는 기업 실적도 경제 지표도 아닌 정치다. 이번주는 G2인 미국과 중국의 권력이 동시에 교체되는 역사적인 한 주다. 미국에서는 6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8일부터는 중국에서 5세대 지도부 선출을 위한 중국 공산당 당대회 격인 전국대표대회가 5년만에 열린다. 미 대선 이후 뉴욕증시는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단기간 랠리를 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선이 현재 뉴욕증시 핵심 변수인 재정절벽 문제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만큼 상승세는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 또 그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 대선 때처럼 대선 결과가 곧바로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 영향으로 이틀간 휴장했던 지난주 뉴욕 증시는 제자리걸음했다. 다우 지수는 0.11% 하락해 2주 연속 약세를 기록한 반면 S&P500 지수는 0.16%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0.19% 하락해 4주 연속 밀렸다.
◆'경합주 우세' 오바마 재선 가능성 높아= 뉴욕증시는 이미 대선 영향권에 접어든지 오래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일 기대 이상의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1% 안팎 급락을 기록한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는 분석했다. 웰스파고 증권의 지나 마킨 아담스 투자전략가는 금요일 주가 하락에 대해 경제지표도 좋았고 기업 실적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주가가 하락한 것은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과 단지 S&P500 지수가 50일 이동평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기술적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여론조사 결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간의 전국 지지율은 초박빙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7.5%,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은 47.2%를 기록했다. 사실상 동률이다. 두 후보는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는 48%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46%로 동률을 기록했다. ABC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롬니가 49%로 오바마에 오히려 1%포인트 앞섰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주 투표결과 1%포인트라도 앞서면 해당 주의 선거인단 표 전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승자 독식의 독특한 미국 선거 방식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합주 11곳 중 8곳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유지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약 29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선거인단 수는 538명이며 따라서 재선을 위해 필요한 최소 선거인단 수는 270명이다.이 때문에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초박빙이지만 실제 대선 승리를 묻는 질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후보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전 공화당 소속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2일 발표된 기대 이상의 고용지표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결국 재정절벽= 월스트리트에서는 친기업적인 롬니 후보의 당선이 뉴욕증시에 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롬니 후보의 당선도 뉴욕증시에는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롬니 후보가 취임 첫 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한 점이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 정책의 주요 물줄기를 일시에 바꿀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뉴욕증시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기존 정책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증시 변동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샤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라이언 데트릭 선임 투자전략가는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가 더 적은 불확실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증시가 좋아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세금 정책 등 전체적인 부분을 봤을 때에는 롬니 후보의 당선이 더 유리하다는게 월스트리트의 전반적인 시각이다.CRT 캐피탈의 수석 채권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에이더는 "오바마가 이기면 채권 금리가 10%포인트, 롬니가 이기면 채권 금리가 20%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이기든 채권 시장에는 악재, 주식 시장에는 호재가 될 것이며 롬니가 이길 경우 채권 시장에 더 악재라는 설명이다. 누가 당선되든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코앞에 다가온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 재정적자 감축안은 누가 이기든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과 상관없이 민주당이 상원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현재 의회 구도는 연말까지 유지되고 양 당의 힘겨루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당장 장기 재정적자 감축 합의가 이뤄지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양 당이 단기간 재정적자를 감축에 합의하면서 예산 자동 삭감 시기를 몇 개월 연장한 뒤 합의할 시간을 벌자는 분위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재정절벽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의원 선거에서는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한 현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미국은 대선과 함께 상원의원 3분의 1, 하원의원 전원, 11개주 주지사를 뽑는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다. 한편 중국에서는 8일부터는 전국대표대회를 시작하면서 시진핑 현 국가 부주석이 중국 권력구도의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대표대회에서 새로 구성되는 중앙위원과 후보중앙위원들은 당 대회 이후 15일부터 열리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에서 총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원 등을 선출한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은 현 후진타오 국가 주석으로부터 당 총서기직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G20 회의·유로그룹 회의·美소매업체 실적= 미국 대선과 중국 전국대표대회에 시장이 시선이 집중되면서 4일부터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G20 회의에서는 미국 재정절벽, 유럽 부채위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미 어닝시즌은 이번주 주요 소매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이뤄지면서 막바지를 향해 치닫게 된다. 다음주 14일 월마트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번주에는 메이시스(7일) 콜스, 노드스트롬(이상 8일) JC페니(9일) 등의 실적 발표가 이뤄진다. 뉴스코프(6일) 타임워너, 퀄컴(이상 7일) 칼라일 그룹, 그루폰, 월트 디즈니, 엔비디아(이상 8일) 등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이번주 발표될 경제지표는 많지 않고 영향력도 크지 않다. 10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 지수(5일) 9월 소비자 신용(7일) 9월 무역수지(8일) 10월 수입물가지수(9일) 등이 공개된다. 유럽에서는 8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임시 회의가 열린다. 오는 11~12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그리스 구제금융 자금 집행 문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공공자산 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킨 그리스는 오는 7일께 새로운 추가 긴축안을 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미 트로이카와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긴축안인만큼 의회 통과가 이뤄지면 다음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보류됐던 32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금융 자금 집행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8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도 열린다.중국에서는 9일 10월 무역수지, 산업생산, 소매판매, 소비자 및 생산자물가 등의 경제지표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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