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문구·역선택·감동의 줄다리기..4대 관전포인트
<strong>2002년 노무현·정몽준 사례 비교방식이나 비중, 문구, 역선택 방지 등 기술측면 중요'담판'에 버금가는 감동 이끌어내는 것도 관건</strong>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윤재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룰의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31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11월 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를 할 수 있다"며 안 후보를 재촉했다.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같은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거 일정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이 보시기에 실망하지 않을 시점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전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과의 토론회에서 "(단일화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고 안 후보는 "내달 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해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며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양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를 공개적으로 확인한 데 이어 구체적인 시점에 대한 의견이 오감으로써 이번 대선 최대 분수령이 될 '文-安 단일화' 작업이 본격화됐다.<strong>◆여론조사+모바일조사+TV토론?..'비중'의 전쟁</strong> = 이번 단일화를 전망하려면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두를 달리는 보수후보에 맞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2위 후보와 진보적인 3위 후보가 단일화한다는 점에서 맥락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2002년 단일화 방식은 한 차례의 TV토론에 이은 한 차례의 여론조사였다. 노무현 후보 측이 정몽준 후보 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결과다. 문재인 후보 측은 조국 교수가 지난 25일 제안한 ▲공개토론 ▲여론조사 ▲모바일투표의 결합, 또는 ▲여론조사▲TV토론 배심원 투표▲현장ㆍ모바일 투표의 결합(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모델) 정도로 밑그림을 그릴 공산이 크다.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단을 모집해야 하는 모바일 투표나 현장투표가 실시되면 당 조직을 보유한 문 후보가 유리할 수 있고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대폭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시간도 변수다. 안 후보가 언급한 다음달 10일께 논의가 본격화된다고 가정하면 후보 등록일(같은달 25ㆍ26일)까지는 약 보름이 남는다. 협상으로 소요될 시간을 감안하면 일정이 촉박하다. 상호 정책검증 차원에서 한 차례의 TV토론은 이번에도 진행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여론조사와 TV토론 외에 '플러스 알파(α)'를 두고 양 측의 기싸움이 거셀 전망이다.<strong>◆대항? 경쟁? '문구'의 전쟁</strong> = 2002년 설문 문항은 '○○○님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였다. 쟁점은 '경쟁할'이라는 표현이었다. 본래 '대항할'이었는데 정 후보 측의 요구로 바뀌었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경쟁력'에서는 정몽준 후보가, 단일후보 '선호도'나 '적합도'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던 상황이었다. 당시 양 측의 밤샘 협상에서 이런 문구가 결정되자 노 후보 측이 강하게 반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해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對) 박근혜' 경쟁력에서는 '비(非)박근혜' 지지층에서 안철수 후보(47.6%)가 문재인 후보(38.4%)를 약 10%포인트 앞섰다. 반면 후보 '적합도'에서는 문 후보(47.1%)가 안 후보(43.7%)를 근소하게 앞섰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문 후보는 국정경험과 당 지지조직을 바탕으로 적합도 측면에서, 안 후보는 지지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다른 지지의 성격을 보인다"며 "설문 문항을 조율하는 작업이 가장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strong>◆'역선택'과의 전쟁</strong> = 여론조사의 또 한 가지 쟁점은 역선택의 가능성이다. 새누리당 또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가 자신을 '야권 지지자'라고 밝힌 뒤 단일후보 설문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고르는 경우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단일 후보와 상대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일정수준 이상 나온 여론조사 결과만을 채택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복수의 기관에 여론조사를 맡긴 뒤 박 후보 지지율이 기준치보다 낮은 결과가 나온 조사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2002년에는 '2001년 매출액 기준으로 15위 안에 드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최근 2주 동안 유력 언론사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이회창 후보의 최하 지지율'이 기준이었다. 커트라인은 30.4%였다. 당시 여론조사는 월드리서치와 리서치앤리서치 등 2곳이 진행했고 월드리서치 조사는 이 후보 지지율이 28.7%로 나와 무효화됐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2.1%였고, 노 후보의 단일화 지지율이 46.8%, 정 후보가 42.2%로 집계돼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뽑혔다. <strong>◆'감동'의 전쟁</strong> = 두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역대 주요 단일화 사례로는 1997년 대선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 2002년 대선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ㆍ안철수 단일화,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박원순-안철수 모델'은 유일하게 양자의 개인차원 담판에 의한 단일화였다. 과정은 한 차례의 대화와 안철수 후보의 양보가 전부였고 조건은 없었다. 한 자릿수였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담판 단일화 이후 50% 수준까지 치솟았다. 가장 단순한 방식의 단일화가 효과는 가장 컸다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담판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대선캠프의 한 실무자는 "박 시장과 안 후보의 담판이 가능했던 건 둘 다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민주당의 당권이 문재인 후보에게 집중돼있고 안 후보도 지지조직만 수 백 개에 이를 정도로 세력이 커져 개인 차원의 담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 후보의 입당 여부나 방식, 집권 뒤 연대의 방향 등에 관해서도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상이 생각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관심은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대승적인 태도로 잡음을 줄이고 담판에 가까운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조국 교수가 30일 "말싸움만 하다가 결렬되면 신문에는 두 후보가 등 돌린 사진에 '1차 결렬, 2차 결렬'이란 말이 나오고 사람들의 피로감이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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