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24일 업무차 세종시 정부청사에 내려온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점심을 직원들과 먹었다. 총리실 직원 가운데 140명은 지난달 먼저 내려가 세종청사에서 일하고 있다. 임 실장은 사정을 알면서도 "힘들거나 불편한 건 없냐"고 물었다. 장관 앞 공무원들은 으레 그렇듯 내색하지 않고 "지낼 만하다"고 답했다고 한다.직접 둘러본 세종청사와 그 주변은 아직 지낼 만하지 않다. 정확히는, 지낼 만한 주거공간조차 변변치 않다. 청사주변엔 타워크레인 100대가 여기저기서 작업중이고, 매일 공사가 진행되는 길은 수시로 바뀐다.청사에서 가깝게 형성된 주거지역 첫마을에 입주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대전 같은 인근지역에서 다닌다.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몇 안되는 출퇴근버스를 놓치면 어쩔 수 없이 3만~4만원을 주고 택시를 타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하루 4시간을 훌쩍 넘기며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한다. 임 실장은 "적응하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5년은 지나야 주거여건이 만들어질 텐데 그때까지는 어려움을 견뎌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중고생 자녀가 있어 혼자 내려왔다는 이용규 과장은 "지금 사는 곳이 내년 1월까지 계약인데 그 이후론 아직 살 곳을 못 정했다"고 말했다. 줄이고 줄여 한달에 추가로 나가는 생활비가 40만~50만원, 주거비까지 더하면 100만원 가까이 지출이 늘었다고 한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이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연말이면 집값은 더 오를 걸로 보인다.상황이 이런데도 수도권에서 다니는 셔틀버스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기껏 세종시 만들어 놨더니 공무원이 서울에서 다니면 말짱 도루묵이란 논리다. 그러나 세종시로 내려올 1만500명 가운데 7000명 이상은 인근 지역에 분양을 받았다. 아직 집이 다 지어지지 않아 못 내려올 뿐, 머지않아 내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임 실장은 상관으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답답해했다. 기업이라면 돈이라도 두둑히 쥐어줄 여지가 있지만, 공무원인 탓에 셔틀버스나 한달 20만원씩 주는 쥐꼬리 만한 지원책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거주와 출퇴근 여건에서 세종시의 행정이 제대로 추진될까.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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