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가을이 깊어지면 이른바 '노벨상 시즌'이 된다. 며칠 전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에 일본인 과학자가 포함됐고 일본의 19번째 수상자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착잡함과 함께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의 미래와 발전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최근에 발표된 IMD(스위스 국제경영원) 경쟁력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2위에 그치고 있지만 기술경쟁력은 세계 14위, 과학경쟁력은 세계 5위에 랭크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기초과학의 수준은 결코 세계 10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노벨과학상 수상 경력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기초과학이란 무엇인가? 기초과학은 그야말로 모든 과학기술의 기본적 원리를 추구하는 '원초적' 과학으로 개인의 창의적 업적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자의 열정, 정책지원, 사회적 환경 등 3가지가 바로 기초과학이 융성하는 조건이 된다.기초과학이 사는 길에서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과학자의 열정이다. 나만의 길을 굳굳하게 걷는 배짱과 용기, 그리고 탐구에 대한 무한한 도전의식이 그 요체이다. 다만 최근의 추세는 '나홀로' 보다는 '나와 너'가 중요하며, 타인과의 교유를 통한 지식의 응용과 융복합적 지식 창출이 강조되고 있다.기초과학 융성을 위한 2번째 조건은 정책적 지원이며, 그 핵심은 과학자의 헌신적 탐구에 비례한 연구비 지원이다. 기초과학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이며, 나의 연구 성과가 나보다는 이웃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공익사업'을 담당하는 과학자에 대한 재정지원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최근 국가차원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의 당위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음에 불구하고, 급증하는 복지예산 수요로 정부지원이 속속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만 커진다.마지막으로 기초과학이 사는 길은 사회적 환경 조성으로, 여기에는 과학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와 적절한 보상체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직무환경 등이 포함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입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사회문제로 고착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보상과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탐구를 통한 지식의 생산과 미래 우리사회의 신선한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보상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벨상 수상을 넘어서 과학입국에 도달할 수 있는 근본이 된다.민철구 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정종오 기자 ikokid@ⓒ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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