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서기자
▲ 세종대왕 어진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오늘 사회 중국어 시험인데 완전 멘붕이구만"(@blu**), "오늘도 모두 행쇼"(@jic**), "새벽 3시 취침. 안습이네요"(@pgo**), "컴퓨터 켜지긴 하는데 소음이 쩔어"(@smu**) 한글날인 9일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라온 멘션들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날이 무색할 정도로 인터넷에서는 일상 언어이지만 그 정체가 모호한 신조어들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최근 빈번하게 쓰이는 말 중 하나인 '멘붕'은 '멘탈 붕괴'의 준말로, 영어로 정신을 뜻하는 멘탈(mental)을 넣어 어떤 일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평소와 같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행쇼'는 '행복하십시오'를, '쩔어'는 놀라움을 나타내며 '안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깝거나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들 모두 대표적인 인터넷 신조어들로 청소년은 물론 20~30대 사이에 유행처럼 빠르게 확산돼 온 특징이 있다.'깜놀(깜짝 놀라다의 줄임말)', '갈비(갈수록 비호감의 줄임말)', '득템(유용한 물건을 수중에 넣었을 때 쓰이는 말)' 등 은어에 가까운 말들도 많다. 이같은 단어들은 일상을 넘어 TV 프로그램의 단골 자막으로 등장할 정도로 이미 대중들에겐 친숙하고 위화감 없이 사용되는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 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제목에서조차 말줄임이나 맞춤법을 고의로 오기한 표현들도 종종 나타난다.시청자들은 '해를 품은 달'을 '해품달'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넝굴당'으로 부를 만큼 긴 어절을 한 단어로 축약해 부르는데 거부감이 없다. 지난달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도 원래 제목을 '차칸남자'로 했다가 맞춤법 논란이 일자 뒤늦게 제목을 변경했을 정도다. 이 같은 한국어 파괴 현상은 새로운 사회적·시대적 상황을 표현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나 표현이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 및 재생산이 이뤄지는 속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