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기자
대상 정찬기 식품사업총괄 과장이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을 20% 낮춰 리뉴얼 출시한 ‘쇠고기 감치미’를 소개하고 있다.[이코노믹리뷰 박지현]
1988년 선보인 ‘쇠고기 감치미’는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출시를 중단해 버섯과 해물 감치미만 나오다가 8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해 12월 리뉴얼 출시해 가정용 종합조미료 시장에서 CJ제일제당 ‘다시다’에 다시 도전장을 낸 것. 특히 가격을 20%가량 낮게 책정, 가치지향 소비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하고 있다.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내세워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고향의 맛”이란 광고 카피를 유행시키며 가정용 종합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제품은? 정답은 CJ제일제당의 ‘쇠고기 다시다’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종합조미료 ‘쇠고기 감치미’는 아는지. 30대 후반~40대층이라면 아련하게 기억날 듯하다. 쇠고기 감치미는 쇠고기 다시다에 대응하기 위해 대상이 선보인 제품이었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의 불꽃 경쟁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초는 1960년대 동아화성주식회사(대상의 전신) ‘미원’과 삼성(나중에 CJ로 계열 분리) ‘미풍’의 맞대결에서 비롯됐다. 이때가 1세대인 화학조미료 시대다. 결국 미풍이 미원을 압도적으로 앞지르자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은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1975년 미풍을 대신해 CJ제일제당이 인공조미료 다시다를 내놓으면서 대상의 굳건했던 아성은 무너지고 만다. 대상은 유명 배우 고두심을 앞세워 ‘감치미’로 반격에 나섰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2003년 광우병 파동이 발생, 브랜드 명맥을 이어가며 호주산 쇠고기로 바꾼 다시다와 달리 대상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아예 쇠고기 감치미 생산을 중단해 버렸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면서 이 제품을 다시 부활시킬 것이냐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회사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 중 모두가 외면한 쇠고기 감치미에 확신을 갖고 초지일관 회생의 의지를 불태웠던 사람이 있었으니, 대상의 정찬기 식품사업총괄 마케팅 과장이었다. 그의 전략에 따라 쇠고기 감치미는 재탄생했고 업계의 예상과 달리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상반기 가정용 종합조미료 시장에서 매출액 30억을 달성했으며 업소용까지 합치면 4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 과장은 “리뉴얼 제품이 4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건 유례없는 경우”라며 “쇠고기 감치미의 상승세 효과로 수 년 간 한 자릿 수이던 종합조미료 시장점유율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자사 입장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2009년부터 이 회사의 쇠고기 감치미 부활 작전을 이끌어온 정 과장을 만나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 Code1 고가 콘셉트 버리고 과감한 가격 정책 변화 새로 리뉴얼된 쇠고기 감치미에서 돋보이는 것은 가격이다. 쇠고기 다시다에 비해 20% 저렴하게 책정했다. 쇠고기 다시다(300g) 가격은 4650원, 쇠고기 감치미(300g)가 3600원이다. 쇠고기 원산지와 쇠고기 함량을 동일하게 맞추고 정제염, MSG(화학조미료), 정백당 등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성분의 함량을 비슷하게 하되 마진율을 최대한 낮춘 식이다. 정 과장은 “조미료의 원조를 배출해낸 회사로서 자부심이 있었기에 다시다보다 비싸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처음부터 고가 정책을 죽 고수했다”며 “이번엔 시장 재진입 장벽을 가격이라 봤다. 과감히 기존 틀을 깨 가격을 확 낮춘 반대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의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상이 롯데마트 매장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종합조미료 월 평균 POS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시다류의 전 제품이 15% 역신장한 반면 자사 제품은 50% 신장했다. 정 과장은 “쇠고기 감치미의 매출 신장이 시장 반등의 주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기존 버섯감치미와 해물감치미 가격도 올해 1월부터 용량별로 평균 23% 낮춰 소비자 물가 부담을 줄였다.Code2 가치지향 소비 추구하는 고객 패턴 반영 정 과장은 “이 같은 회사 전략에는 가치지향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 성향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선택해 왔지만, 이젠 품질이 같다면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무조건 싸다고 덥석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