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해도 결국 반쪽짜리 '금산분리'

與 경실모, 4개 법안 발의..의결권 제한, 적대적M&A 가능성에 수위도 낮춰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새누리당내 강경파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대표 남경필의원)이 24일 논란이 됐던 5호 법안인 금산분리 법안 4종을 무더기로 발의한다. 초안과 개정안에 이어 최종안까지 더해져 겉으론 고강도 법안으로 보이지만 실제 법안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이 많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4개 법안은 재벌의 사모펀드(PEF)를 통한 금융회사 간접지배 규제 등이 포함된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규제) 강화 방안으로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보험업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이다.최종안에 추가된 금산분리 강화방안은 PEF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주식 소유와 관련해 PEF를 산업자본으로 보는 기준을 개정, 산업자본의 출자비율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자본의 PEF 출자지분을 현행 18%에서 10%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PEF 출자지분을 기존 36%에서 20%로 낮추면서 재벌의 PEF를 통한 금융회사 간접지배를 규제하겠다는 뜻이다.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의결권을 현행 15%에서 5%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실모는 애초 의결권 전면제한을 검토했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을 감안해 수위를 다소 낮췄다. 또 제2금융권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사 계열사 주식을 소유한 경우 위험계수를 현행 12%에서 25∼50%로 상향, 자본적정성 평가에서 감점요인이 되도록 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논의됐던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배가 가능하도록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낮추는 안도 확정했다. 김 의원은 "지금껏 금산분리와 관련해 PEF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의원 입법발의로는 처음으로, PEF를 통한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지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산분리를 마치 재벌 때리기 식으로 규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파고들며 서민경제를 파탄 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 바로 제2금융권을 통해 무분별하게 계열사를 확장하고, 지배권을 강화하는데 사금고로 이용해 온 것"이라며 금산분리 강화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경실모는 앞서 ▲재벌총수 집행유예 차단 ▲일감 몰아주기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배임ㆍ횡령시 금융사 대주주 자격박탈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1∼4호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1∼4호 법안은 새누리당의 당론과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나 5호인 금산분리는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고 당내서도 반대의견이 많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이미 "지배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고 김종인 국민행복특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이 "재벌개혁만 경제민주화가 아니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온건파들은 "은행의 지분소유한도에 영향을 받거나 자본적정성 평가에 영향받는 곳이 거의 없다"면서 "지배구조보다는 오남용을 방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서명한 의원은 10여명에 불과해 당내 반발여론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우파 경제학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바른사회시민회의주최 토론회에서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라는 직접 규제보다 금융감독 강화와 지배구조 강화로 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저축은행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 자본가 중심으로 저축은행 대주주가 되도록 한 현행 규정이 오히려 부도덕한 저축은행 대주주들을 양산한다"면서 "금융기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대기업이나 특수관계인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기 보다는 대주주의 도덕성과 건전성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모가 경제민주화 논의를 위해 요구한 정책의원총회도 당 지도부가 사실상 거부해 당내 지도부와 경실모간 갈등도 예고된다. 지난 19일 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 41명이 공동 서명한 '추석 전 경제민주화 정책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제출했고 전날에는 운영위원들이 성명을 내고 정책의총을 거듭 요구했다. 김상민 의원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의총 소집을 요청했는데도 당내 지도부가 거절한 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