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年 20억달러 버는 '관세청 CEO' 주영섭

대한민국 전자통관시스템 세계 최강1억달러 어치 '전자정부' 수출 쾌거< 대담 = 백우진 정치경제부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962년 세계 수출순위 104위에서 지난해 7위로 올라선 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출입통관 시스템이 한몫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의 관세행정분야는 주요 20개국(G20)을 제치고 3년 연속 세계 1위이고 다른 나라에 수출도 합니다"세계은행(WB)은 매년 10월을 전후해 '두잉 비지니스(Doing Business)'라는 평가서를 발간한다. 여기엔 각 나라들의 창업과 노동시장, 관세행정, 부동산 등 10개 분야에 걸쳐 기업환경별로 순위가 매겨져 있다. 평가 대상 국가는 183개국에 이른다. 지난해 발표된 이 평가에서 인구 1300만명 이상의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관세행정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9년부터 3년 연속 1위다. 우리보다 무역규모가 큰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 주요 20개국(G20) 모두가 우리나라 뒤에 이름을 올렸다.주영섭 관세청장은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통관 경쟁력 세계 1위의 비결은 우리나라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Uni-Pass)'에 있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유니패스란 물품을 수출입하기 위한 필수과정인 물품신고, 세관검사, 세금납부 등을 세관에 들르지 않고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주 청장은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IT를 통관에 접목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으로 오늘날의 전자통관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물품을 수출할 때 필요한 서류가 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4개)보다 적고, 컨테이너 한 개당 수출ㆍ입 비용은 790달러로 OECD 평균인 1100달러에 비해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수입된 물품이 입항에서 반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03년 9.6일에서 지난해에는 2.4일로 4분의 1로 단축됐다"고도 덧붙였다.관세청은 세계 최고로 평가된 유니패스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며 전자정부 수출기관 중 최초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유니패스 수출은 2005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지난 8년 동안 8개국에 1억148만달러 어치가 수출됐다. 통관경쟁력 세계 1위의 경험을 세계 여러 나라와 나누고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도 이를 높이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한국 관세청의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화물 반출입은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신속한 관세행정이)연간 20억달러의 이익을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주 청장은 "통관 지연으로 물류가 바로 처리되지 못하면 그 만큼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며 "앞으로도 IT에 기반한 신속한 통관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한ㆍ유럽연합(EU), 한ㆍ미 등 여러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잇따르면서 이같은 우수 관세행정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체 수출은 줄어들었지만, FTA를 통해 관세감면을 받는 품목의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상당 부분 늘고 있는 것. 주 청장은 "올 들어 FTA 혜택를 보지 못하는 품목군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2%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FTA 혜택 품목군의 수출은 15.2%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 뒤에는 관세청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FTA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인력 부족으로 FTA 혜택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관세청은 기업들이 FTA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 등을 분석하고, 기업이 원하는 지원방식을 파악해 기업이 FTA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주 청장은 "FTA라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관세혜택 이용해 상대국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자는 건데, FTA 맺었다고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는게 아니다"며 "직원들이 FTA 발효 전 대상기업 450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업들이 FTA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혜택을 받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업별로 1대 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이같은 노력 덕에 FTA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 있던 기업들이 국내로 재이전하거나 국내 생산설비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등 이른바 'U-턴기업'이 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지원해서 수출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그는 FTA로 인한 긍정적 파급효과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여서 향후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국들과의 수출 규모가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주 청장이 FTA 다음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수출입안전 인증제도(AEO)'다. AEO 제도는 수출입 업체를 심사해 요건이 될 경우 우수업체로 공인해 주는 제도다. 심사는 재무건전성, 안전관리, 법규준수, 내부통제 등 4개 분야에서 이뤄지는데 세부 내용으로 따지면 60~80여개 정도에 이른다. 심사가 까다로운 만큼 AEO로 인정되면 세관검사 면제, 신속 통관 등 통관 절차상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아울러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와 상호인정협정(MRA)을 맺은 국가에 수출하는 경우 상대국에서도 검사생략 등 우리나라에서와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주 청장은 "행정 인원은 고정돼 있는 상황에 수출입 물량은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마약이나 가짜 비아그라 등 국민건강과 사회안전을 해칠 수 있는 유해물품들의 반입 시도는 늘고 있어 관세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AEO 제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 업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성실도가 낮은 비인증 업체에 대해서는 세관검사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며 AEO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현재 미국, EU, 중국 등 세계 54개 국가가 AEO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뉴질랜드 등 총 5개국과 MRA를 체결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인증된 AEO 업체들이 이 5개 나라에서 똑같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주 청장은 "수출입 및 물류업계 분야에서는 AEO제도를 FTA와 함께 국제무역환경 변화의 큰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FTA가 시장개방을 통한 무역확대를 목적으로하고 있다면 AEO는 무역안전 확보를 통해 무역을 원활하게 하자는 상호 보완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주 청장은 해외 여행자들의 관심사인 면세한도 조정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면세 한도를 높이면 해외에 자주 나가는 사람만 면세 혜택을 보게돼, 해외 여행을 나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소비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현 면세한도인 400달러는 적정한 수준이라 생각한다"며 "내 임기 동안에는 (면세한도)변경되지 않을 것"이라며 면세한도에 대한 조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주영섭 관세청장은…34년간 조세분야 한 우물만'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뽑혀올해로 공직 생활 34년째다. 1957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세청, 조세심판원, 세제실을 벗어나지 않고 조세분야 한 우물만 팠다. 조세정책에 있어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이명박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후 세제실장까지 역임했다. 이 기간 민생안정과 일자리창출 등 주요 조세개혁 법안을 기획ㆍ입안하고, 정부의 조세정책 운용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조용한 일처리 스타일로 유명하다.2003년 조세정책과장 시절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및 금융자산 일괄조회 제도를 마련했고, 탈세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2005년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재직시절에는 당시 논란이 됐던 1000억원대 론스타 펀드의 스타타워 매각과 관련된 조세불복을 잡음 없이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심판원 직원들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뽑히기도 했다. 별명은 깔끔한 업무처리로 유명하다고 해서 FM이다. <주요 약력>▲전북 고창 출생 ▲고창고, 서울대 사회교육 ▲미국 코네티컷대학원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23회 ▲부천세무서 소득세과장 ▲수원세무서 법인세2과장 ▲재무부 세제국 소득세제과, 법인세제과, 조세정책과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득세제과장, 소비세제과장, 법인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국제심판원 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 재산소비세정책관, 세제실장 ▲관세청장정리 = 고형광 기자 kohk0101@사진 = 정재훈 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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