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인가 '자뻑'인가, 거칠어진 네거티브 혈전

대선 D-100, 安, 출마앞두고 정공법... 朴, 네거티브 트라우마 대응책 부심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2월 19일 대선이 100여일 남은 가운데 올 대선정국에도 어김없이 폭로의 시즌이 돌아왔다. 2002년 9월에는 노무현-이회창 대결구도에서 김대업의 병풍사건의 편파수사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이른바 '병풍(兵風)'이 몰아쳤다. 2007년 9월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둘러싸고 과거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문제, 투자운용사 BBK의 주가조작사건 연루, '도곡동 땅' 친인척 차명재산 등에 대한 폭로전이 난무했다. ◆朴중심서 安 폭로전.. 安의 대역공=이번 대선은 최근까지 유일하게 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와 폭로전이 이어져왔다. 그러다 대선출마를 앞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검증공세가 이어졌다. 급기야 6일 '안철수협박'의 대형카드가 등장, 폭로전이 본격화됐다. 과거와 다른 점은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안철수 원장이 그간의 네거티브공세에 대한 수세적인 입장에서 공세적인 입장으로 180도 바뀌면서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대선출마선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안 원장이 사실상 기자회견 개최를 지시했거나 용인, 묵인했다는 것 역시 그가 정치인으로서 달라진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안 원장에 대해 여권은 그간 정치 경험이 없고 검증을 받아보지 않았다며 국가운영을 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회창 후보의 병풍, 이명박 후보의 BBK의혹 등과 같은 '한방'만 나오면 안 원장은 거기서 끝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안 원장측은 친구와의 사적전화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면서 역공에 나선 것이다. ◆安-민주 사찰의혹..국회차원 대응=안 원장의 달라진 점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공세가 정보기관의 사찰을 통한 여권과 보수진영의 합작품이라는 새로운 의혹을 제시한 것이다. 안 원장에 대한 향후 무수한 의혹제기와 네거티브공세를 "여권이 사찰을 통해서 불법적으로 얻은 것" "안 원장의 검증이 아닌 협박용"으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안 원장측은 앞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금 변호사는 "낡고 구태의연한 거대한 권력이 펼치는 음모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어떤 행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증 공세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은 안 원장 측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은 민주당이다. 안 원장을 어떻게든 끌어안고 가야하는 민주당은 '안철수협박'과 관련,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했고 국정조사추진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는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사안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로 판단된다"며 '새누리당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 진상조사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저녁에 술먹고 한 얘기도 아니고, 오전 7시반에 일부러 전화해 저렇게 협박할 정도라면 담대한 사람들"이라며 "대통령선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런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국회 내에서 처리하겠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호창 의원은 "국정조사위에서 다룰수 있다면 국조에서 조사하고, 안된다면 다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네거티브에 고생한 朴 대책부심=박근혜후보는 과거사와 친인척문제로 인해 그간 무수한 폭로전과 네거티브전에 시달렸다. 그로서는 진저리가 날 정도다. 새누리당이나 박 후보 모두 민주당이나 안 원장에 대한 무차별 폭로를 삼갔다. 그런데 '안철수협박'논란으로 폭로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구도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민주당과 안원장이 합작할 경우 박 후보에 대한 전 방위 공세가 예상된다.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주요 소재는 ▲유신과 5ㆍ16 군사쿠데타와 관련한 역사 인식과 그에 대한 발언▲ 고(故)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고(故) 최태민 목사나 최 목사의 딸인 최순실씨, 최씨의 남편인 정윤회씨를 둘러싼 의혹▲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비리 의혹▲청와대를 나온 직후인 1979년부터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인 1997년까지의 사생활 등에 대한 의문▲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논란 등이다. 박 후보측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박 후보측의 계획된 공작'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 원장측에 대한 공개적인 폭로는 하지 않고 이번 논란이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 공세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개인적 대화를 나눴다고 그러는데 이렇게 확대해석하는 게 저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친구 사이의 개인적 차원의 일로 선을 긋고 있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박 후보는 전날도 "(정 위원은) 그런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넣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도대체 이해가 안될 뿐"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백기승 공보위원은 사찰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나온 소문은 여의도 정가나 언론 사이에서 떠돌던 얘기이고, 여성문제의 경우 사찰로 나올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그런 것을 사찰기관이 했다는 게 맞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는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하겠고, 하고 안하고는 의원들이 자유롭게 하겠지만 사찰 여부를 규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 원장의 이러저러한 의혹도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선을 보면 네거티브와 폭로전을 주도했다고 해서 대선에서 승리하지는 않았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대선에서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패했다. 반면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장인의 좌익활동 논란이 일었지만 "대통령이 되고자 아내를 버리라는 말씀이냐"라며 정면돌파를 시도, 오히려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봐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BBK주가조작 의혹 등 온갖 공세를 받았지만 대승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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