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심판·선수 짜고 치기···뒤통수 맞은 개미들 분노

증권사 직원 연루된 ‘거래소 공시정보 유출’유진증권 영업이사 이모씨 수십억 시세차익 구속영장자살한 거래소 직원과 동창···2006년부터 검은거래‘프로스포츠 조작’ 닮은꼴 투자자들 집단소송 움직임[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정재우 기자, 지선호 기자] 한국거래소 직원의 자살로 밝혀진 미공개 기업 공시 유출을 통한 주가조작 사건에 증권사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체적인 검은 먹이사슬이 윤곽을 드러냈다.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시장을 관리하는 ‘플레이어(거래소·증권사 직원)’들이 비리를 주도해 차익실현을 노린 게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홍창 부장)는 지난 3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 시장운영팀 부부장 이모씨(51)로부터 사전에 미공개 기업 공시 정보를 넘겨받은 뒤 주식거래를 해 수십억대의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유진투자증권 계약직 영업이사인 이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29일 이 상무를 체포하고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그가 업무용으로 쓰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 이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31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검찰에서는 상무라고 밝혔으나 유진투자증권이 파악한 이 이사의 공식 직함은 ‘영업지점 계약직 영업이사’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일해 왔으며 이달말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전까지는 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사측은 밝히지 않고 있다.계약직 영업이사는 영업맨들에게는 선망의 자리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식거래 중개(브로커리지)로 수익을 내면 회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데, 연간 10억원 이상 증권사에 순수익을 보장해 주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10억원을 보장해 주려면 주식거래 약정액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하며, 연봉 수준도 꽤 높은 수준이라 오르기가 쉽지 않은 자리다.그런 그가 고작 20억원대의 자금을 굴려 1억원에 못미치는 수익을 위해 대학 동기인 이 부부장과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유진투자증권 감사팀이 이 이사와 면담을 통해서 파악한 부당이득 금액은 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검찰에서는 2006년부터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올해부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시 내용을 10분 먼저 입수해 종목 주식을 매입 또는 매도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본인들만 잘 이용하면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시간이 짧아 큰 거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예 미공개 정보를 아예 빼내 사전에 대량 매입·매도 하는 것에 비해 시세차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결국 이 이사가 사건을 벌인 배경은 증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컸던 그가 ‘푼돈’이라도 벌기위해 대학 동기인 이 부부장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계약직 영업이사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만큼 실적에 대한 압박이 상당한 게 자리이자 모든 것을 혼자서 다해내야 하기 때문에 외로운 자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거래소, 유진투자증권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부부장과 이 이사 두 사람이 벌인 개인적인 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을 둘러싼 드러나지 불법 행위는 더욱 많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수사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이와 함께 피해를 입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했고,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주주들이 원한다면 충분히 소송을 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한국거래소와 유진투자증권도 큰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금융당국도 사태의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개인비리 때문에 그 사람이 속한 회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린 사례는 없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회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중이라 현재로서는 우리가 뭐라고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결과가 나오면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정재우 기자 jjw@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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