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엄마가 신바람나게 일하는 가족친화기업
CJ의 사내 보육시설 ‘CJ키즈빌’에서 사원 자녀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있다.[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가족친화적인 경영은 근로자의 만족도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키고 나아가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사회에 가족친화기업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CJ그룹 직장 내 보육시설 ‘CJ키즈빌’ 어린이집을 가다“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으니 마음이 편해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빌딩 2층에 위치한 ‘CJ키즈빌’. 오전 7시 30분부터 CJ에서 일하는 엄마 혹은 아빠의 출근 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이곳에 모이기 시작한다. 키즈빌은 1000㎡(약 302평 규모) 넓이에 병아리반, 나비반, 꿀벌반, 종달새반, 기린반 등 7개의 교실과 식당, 대형 미끄럼틀, 도서방을 갖췄다. 교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복층 구조로 설계돼 아늑한 다락방 같은 느낌이고, 알록달록한 놀이시설도 눈에 띈다. 유주연 CJ키즈빌 원장은 “다른 보육 시설에 비해 교실이 아닌 그 이외의 공간이 많다”며 “설립 취지에 맞게 영유아의 발달에 적합하게 구성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친환경 페인트를 칠하고 자작나무 가구를 배치했다. 공기에 민감한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이 놀다가 부딪히기 쉬운 모서리 부분은 모두 둥글게 처리했고, 화장실과 세면대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돼 있다. 오전 8시 30분부터는 아침을 먹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아침 대용 식사도 제공된다. 간식, 점심, 저녁까지 4번의 식사가 나오는데 식재료는 모두 국산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키즈빌’에는 22명의 교직원이 영유아 보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대상은 생후 6개월의 영아부터 만 5세 이상의 유아반(한국 나이 7세반)까지다. 보육시간은 오후 10시까지지만, 부모가 국내외 출장 시에는 24시간 보육을 제공한다. 유 원장은 “이곳에서는 아이만 보육하는 게 아니라 부모를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이들의 스케줄을 고려한 충실한 양육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 만 3~4세가 모여 있는 종달새반 어린이들이 놀이를 위해 밖으로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류은선 CJ푸드빌 외식아카데미 팀장의 아들 정유민 군 역시 종달새반에 소속돼 있다. 아들을 보며 류 팀장은 “같은 건물에서 아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정감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키즈빌’에 아이를 맡겼다는 류 팀장은 결혼 6년차 사내커플이다. 부부가 모두 CJ직원인 경우 이곳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1순위 조건이다. 다음으로 엄마 직원, 아빠 직원 순으로 이 회사에 다니는 경우가 해당된다. 류 팀장은 아이를 ‘키즈빌’에 맡기면서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다. 과거 사설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겼을 때, 류 팀장은 고민이 많았단다. 정해진 시간까지 일을 마치고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키즈빌’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고, 아이에게 일하는 엄마의 이미지를 줄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사실 일하는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인가’의 여부다. 사내 보육시설은 이런 점에서 이미 검증된 환경에서 안정성까지 보장돼 있으니 엄마들이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게 류 팀장의 설명이다. 기업 내 보육시설 이용과 관련해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없다는 점도 큰 혜택이다. 사설 어린이집의 경우 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도 많지만, ‘키즈빌’은 대부분이 회사에서 지원되기 때문이다. 최근 도입이 주장되고 있는 ‘아동수당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물었다. 보육시설 중심으로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이뤄지는 현행 제도 대신 보육료를 현금 형태로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아동수당에 대해 류 팀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부모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부모의 선택권이나 권한의 범위가 넓어져서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아이에게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혜정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등록팀장은 4살, 5살 두 아이를 키즈빌에 맡기고 있다. 전에는 아이들 외할머니가 양육을 담당했었단다. 그러다 부모님이 아프셔서 더 이상 육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키즈빌에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고, 회사 근처로 이사도 했다. 박 팀장은 “아이와 가까이 있으니까 심적으로 안정된다”며 “아이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할 수도 있어 가끔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으로서 우리 회사가 어떤지 잘 알고 있고 이미 신뢰가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겨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며 “사설에 맡긴다면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회사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맘이 좋은 방’ 버스 내부(왼쪽)와 LG디스플레이의 ‘일과 삶의 균형 지원센터’(오른쪽).
기업 내 보육시설이 있는 것과 관련해 박 팀장은 직원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나는 CJ 직원이지만 고객이기도 하다”며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부분이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회사 내에 아이들이 있으니 아이들이 잠깐 지나가는 것만 봐도 온 회사에 미소가 번지는 기분 좋은 바이러스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점도 있다. 박 팀장은 인재들을 통해 성장해 가는 나라로서 문화체험이나 다른 지능 개발을 위한 활동에 대한 풍부한 지원이 요청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경민 CJ프레시웨이 메뉴R&D팀 대리의 3살 아들 역시 키즈빌에 등원하고 있다. 그의 배우자도 CJ주식회사 소속이다. 기존에는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겼다가 지난해 7월 추가 신청을 통해 9월부터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김 대리는 “아이 대 교사 비율도 높은 편”이라며 “어린이집 행사도 가능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회사 차원의 지원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의 이런 보육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김 대리는 사설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다가 결국 회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침에 아이를 챙겨서 회사에 같이 출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설 기간에 맡기면 더 힘들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대리는 회사를 그만두고 오로지 엄마로서의 역할만 하는 자리로 가야하지 않나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단다. 그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엄마랑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 하고 어린이집에서 12시간 이상 있으니 지쳐하더라”며 “그래도 이만큼 지원을 받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이용해 열심히 일해보자고 마음을 돌리곤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미 많은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김 대리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을 보육 시설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더라”며 “보육시설은 이미 포화상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아이에 맞게 아동수당을 활용한다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CJ키즈빌을 둘러보고 아이를 맡긴 세 명의 ‘직장맘’을 만나 보니,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이와 함께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CJ의 직장 내 보육시설은 아이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엄마들이 걱정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기업과 사원간의 ‘신뢰’까지 더욱 두텁게 하고 있었다. 행복한 경쟁력 ‘가족친화경영’엄마들이 일하기 편한 기업 유한킴벌리 본사에 근무하는 류민경 과장은 30대 초반의 워킹맘이다. 오전 9시 출근이 보통인 직장인과 달리 그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늦게 출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녀와 가까이하는 시간을 늘려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류 과장은 아이가 유치원 갈 때 직접 배웅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생각이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의 사내 보육시설 ‘푸른숲 어린이집’에서 이 회사 직원의 자녀가 교사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런 ‘예외’가 가능한 건 유한킴벌리의 유연근무체제 덕분이다. 임산부나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들을 배려해 오전 7부터 10시 사이에 출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오르다 보니 아무래도 일의 능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한킴벌리는 대표적인 가족친화기업으로 꼽힌다. 1993년 유연한 근무제도를 시작한 데 이어 산전휴직 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고 모성보호공간 ‘느티나무그늘방’과 보육시설 ‘푸른숲어린이집’을 마련했다. 2007년부터는 임산부 간담회를 열어 여직원들의 출산을 장려했다. 이에 힘입어 사내 여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06년 4.8%에서 2011년 91.7%로 껑충 뛰었다. 10명 중 9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셈이다. 직무 만족도는 직원들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집중력을 높임으로써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출산·육아 부담을 덜어 아이 낳기 좋은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2월부터 임산부 사원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실시해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자녀가 만 12세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 기준을 확대했다. 법정 기준은 만 6세까지다. 지난 6월에는 수원디지털시티에 기존 어린이집을 증축하고 1개 동을 신축, 보육 정원 600명·건물 연면적 2800평의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평소 여성 인력의 중요성 및 육성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디지털시티 어린이집은 만 1~5세 자녀를 둔 여성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입소 여부는 공개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삼성전자 측은 “사내 어린이집은 삼성복지재단의 컨설팅을 통해 전문적인 보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므로 요리실, 시청각실, 강당 등 다양한 다목적실과 연계해 특별활동이 가능하다”며 “어린이집 신입 원아 모집 시 입소가 확정되면 엄마 직원들이 너무 좋아한다.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이곳 어린이집에 6살배기 아이를 맡기고 있는 이 회사 직원 IT솔루션사업부 김현옥(36) 책임은 “아이가 3살 될 때까지 시부모님 도움으로 가정에서 보육했다”며 “믿음직한 관리, 어린이집 원장의 교육관, 직장 근무시간에 맞춘 아동 보육시간이 좋아서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녀와 출퇴근을 같이 함으로써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직장 근무 계획에 맞게 짜인 어린이집 일정으로 불필요하게 휴가(월차)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경우 법정 육아휴직 기간인 1년에 추가로 1년 더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2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한 건 유통업계에서도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건설은 반일 휴가를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나눠 사용하는 ‘육아 반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 자녀를 등교시키고 출근했다가 2시간 일찍 퇴근해 하교까지 함께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첫째 아이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상은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출산장려금제’를 작년에 도입했다.기업과 사회, 정부가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보건복지부와 맞춤형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저출산 극복에 나선 기업도 있다. 롯데백화점, NHN(주) 네이버, 오픈마켓 11번가, 아가방앤컴퍼니, LG디스플레이,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보령메디앙스, 아벤트코리아 등 10개 업체다. 롯데백화점은 워킹맘을 위한 무료 휴식공간 ‘맘이 좋은 방’ 버스를 운영 중이다. 일과 가정의 병행으로 태교 및 출산·육아 관련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워킹맘들에게 정보,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상담을 통해 심신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여의도 본사에 ‘일과 삶의 균형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도록 도움을 주는 곳으로 생애주기별 육아 정보, 마사지 서비스, 정부지원 가이드 등을 제공하고 관련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센터 내 전문 상주인원이 근무하면서 홍보 및 안내를 진행, 아이패드 검색대를 운영하고 월 2회 정기적으로 자료를 업데이트한다. 아벤트코리아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Family Day)’로 지정, 정시에 퇴근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쓴다. 이 회사 곽숙영 차장은 “우리 회사 대표의 마인드와 기업문화 자체가 야근을 자제하고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권장한다”고 말했다.미니 인터뷰 | 김경신 유한킴벌리 가족친화경영팀장“직원 삶 배려해야 생산성 높일 수 있다”가족친화경영을 통해 기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지난해 유아용품의 생산성은 1998년 대비 109% 성장했다. 주요 품목인 기저귀는 시간당 생산량이 1998년 2만5400개에서 2011년 5만3600개까지 늘어났다. 또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 산업재해율이 1.07%인 데 비해 지난해 우리 회사는 0.06%였다.” 가족친화경영에 있어 CEO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직원들의 삶을 배려해야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한 배경이다. 사원들이 보다 만족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도록 노력함으로써 개인 역량을 높이고, 업무 몰입도로 생산성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최규복 대표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유한킴벌리 사장에 취임한 이후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한 가족친화경영과 유연근무를 포함한 스마트워크 경영을 도입하는 데 힘써왔다.” 올해부터는 사내 ‘아버지학교’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5월 미취학 자녀를 둔 아빠 사원들을 대상으로 ‘아버지학교’ 1기를 진행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반에서 오후 1시 반까지 2시간 동안 4회에 걸쳐 열었다. 양육이론과 부부 의사소통법, 부부갈등 해결법, 가족 내 아버지 역할, 행복한 나를 찾는 방법 등 강의 내용은 다양했다. 아버지학교 도입은 남성의 육아·가사 참여 및 돌봄 강화 차원에서다. 워킹맘에게만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 워킹대디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출산과 육아, 자녀 교육 책임을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것을 격려해야 한다. 마음에 생긴 여유를 통해 능률이 향상되고 이는 기업의 성과 및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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