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전문가 7인이 긴급 진단하는 '삼성·애플 美 평결'

'협상 빨라질 것...항소심서 승소 가능성 낮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마침내 협상의 계절이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애플 안방에서 일격을 당한 데 대해 특허 전문가들은 "애플 안방에서 미국 배심원들을 상대로 한, 애초부터 불리한 싸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양측의 협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도 내놨다. 27일 본지가 국내 특허 소송 전문 변호사 2명과 변리사 5명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미국 1심 평결을 계기로 양측의 협상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질 전망이다.박찬훈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협상은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가장 큰 시장에서 한쪽이 완전히 승리했기 때문에 이젠 '협상의 계절'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심 평결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양측의 법정 밖 협상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굴욕을 감수하라는 식으로 압박한다면 협상은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범선 특허법인 천지 변리사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죽자사자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고 아주 적절한 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협상을 타결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는 2심부터가 법률심으로 1심 결과에 근거해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는 점도 삼성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제 3국의 판결도 중요 변수로 지적했다.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변호사는 "유럽에서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상력에서 애플이 완전히 우위에 오른 것은 아니다"면서 "삼성이 통신 특허를 인정받으면 반격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 3국의 판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미국 배심원 평결에 대해서는 '애플에 과도하게 치우친 결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동준 수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제품 외장부터 아이콘 배열까지 인정 범위가 넓고 고의적인 침해까지 문제 삼았다"며 "미국 배심원단이 애플의 특허를 '폭넓게', '아주 강하게' 인정했다"고 말했다. 박찬훈 법무법인 강호 변리사도 "삼성전자가 언론에 공지한대로 아이폰 이전에 선행 기술이 존재한 것을 보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미국은 디자인권을 강하게 보호해왔고 애플의 주장에도 명확한 법리적 근거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진현 특허법인 천문 변리사는 "전체적인 느낌을 의미하는 심미감이 비슷하다는 점이 평결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국내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반발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2심에서는 배상액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동훈 IP스타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2심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국내 기업에 치우치기 쉬운 배심원들이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결과 자체를 뒤집기는 힘들다"면서 "손해배상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자인 특허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진훈태 두창국제법률특허사무소 변리사도 "삼성전자ㆍ애플의 소송 이후 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안목을 높이고 양보다는 알짜배기 특허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져야 한다"며 "외부 충격으로 국내 기업들의 특허 펀더멘털이 튼튼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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