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개혁안 표결못해 MMF업계 판정승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단기금융시장 투자신탁인 머니마켓펀드(MMF)를 규제하려는 미국 당국의 개혁안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MMF는 투자자들의 돈을 신탁받아 단기 공사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의 기폭제가 됐다는 지적을 받아 미국 금융당국은 광범위한 규제안을 마련했으나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했다.24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마리 사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밤 5명의 위원중 3명이 반대해 29일 표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이는 공화당 위원 2명이 반대했는데다 민주당측 위원인 루이스 아길라르도 이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데 따른 것이다.공화당측 위원인 대니얼 갤러거는 “샤피로와 SEC는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은 추가 개혁안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샤피로가 제안한 규정들이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즉시 자금을 인출하게 할 것을 염려한다고 말했다.아길라르는 MM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의 법무자문위원을 역임한 인물이어서 그의 반대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샤피로 의장의 개혁안은 MMF 부문에 예탁금 전액보장 대신 디폴트(채무불이행)을 막기위한 준비금제도를 도입하고 기준가 변동제를 시행하며, 투자자 환매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샤피로는 MMF 개혁안을 SEC 위원들에게 전달하고 29일 개혁안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표결을 벌일 예정이었다.미국 규제 당국은 MMF가 투자를 받고 투자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은행처럼 행동하는 반면, 은행과 달리 데다 예금보험기금을 내거나 디폴트를 대비한 완충자본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 ‘취약하다’고 지적해왔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와치는 표결 취소로 금융시장을 단속하려는 당국이 패배하고 MMF업계가 승리를 낚아챘다고 평가했다. MMF는 기준가 1달러제를 고수해 투자자들에게 기준가의 변동이 없으며,맡긴 자금이 전액 보장된다는 인상을 준다고 미 규제당국은 지적해왔다. 은행과 다른 금융회사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MMF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한 탓에 지난 30년간 급성해 절정기에 보유자산 규모는 3조8000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대부분의 투자자들은 MMF를 즉시 환매할 수 있으면서도 위험도가 낮은 은행계좌처럼 이용해왔다. 금융위기때 취약성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008년 9월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Reserve Primary Fund)가 리먼 브러더스가발행한 7억8500만 달러어치의 채권투자로 손실을 보고 기준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일주일 사이에 3000억 달러를 환매하는 펀드런이 발생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경색을 초래했다. FRB와 재무부가 지급보증과 특별대출로 MMF 구제를 위해 개입했고 SEC는 2010년 MMF안정을 위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추가로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해 말 샤피로는 2단계 개혁안을 마련한 것이다. 샤피로의 개혁안에 대해 피델러티 인베스트먼츠,뱅가드그룹,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찰스슈왑 등 주요 MMF들은 샤피로 개혁안에 반대할 동맹군을 결집하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업계 단체인 투자회사연구소(Investment Company Institute)는 지역상공회의소 67곳과 하원 의원 105명, 10개 주 재무부가 자신들을 지지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이번 표결이 취소됐다고 해서 MMF업계가 규제에서 벗어난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연방준비은행 여러 곳과 재무부는 지난달 샤피로 개혁안을 지지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이후 지역연준은 조치를 취할 필용성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특히 MMF업계가 SEC 규제 저지에 성공할 경우에 대비해 2010년 발효된 도드프랭크법이 위임해준 새로운 권한을 이용해 MMF 자금 규제권을 연준으로 넘겨 감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도드프랭크법은 은행 감독권을 FRB에 부여했다.미 재무부 대변인은 MMF는 여전히 금융시스템에 리스크를 주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때 핵심 스트레스 원천이었으며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해 재무부 등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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