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일본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몰래 카메라, 아이돌 구타 등이 웃음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일본의 오락 프로그램은 일단 재밌으면 된다. 시시해도, 유치해도, 보잘 것 없어도 웃음을 유발하면 오케이다. 가령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화제가 된다면 방송의 소재가 되고, 동성애자, 트랜스젠더처럼 사회적 소수자의 출연도 오락용 캐릭터로 포장된다면 환영받는다. 한중일 3국의 이모저모를 비교하며 출연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 <나카요시 테레비>에는 일본을 공격하는 발언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하지만 오락이 되기에 모두 그대로 방영된다. 일본의 연출가 테리 이토는 이 프로그램에 나와 “TV는 하찮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하찮음을 하찮은 대로 방송하는 것. 이것이 일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모토다. 물론 규제는 있다. 교육자와 학부모의 모인인 PTA전국협의회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랭킹’을 발표하며, 2003년 설립된 ‘방송논리?프로그램향상기구’는 폭력성, 선정성, 도덕성 등 자체 기준에 어긋나는 방송에 대해 권고 조치를 한다. <런던하츠>는 9년 연속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밤 11시 이후의 심야 프로그램과 그 이전 방송을 구분해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H3>오락 외에 제 1 목표는 없다 </H3>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트랜스젠더처럼 사회적 소수자의 출연도 오락용 캐릭터로 포장된다면 환영받는다.
TV는 공공의 전파다. 공공의 전파는 물론 공공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쓰여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TV는 오락의 매체기도 하다. 대중에게 감동을 주고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존재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웃기는 것이 제 1의 목표일 것이고, 휴먼 드라마라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대의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TV는 여기에 충실하다. 엉덩이를 강조하는 카라의 ‘미스터’ 무대에서 카메라는 앙각으로 그녀들의 하반신을 쫓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몰라 카메라’ 코너에서 프로그램은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연예인을 속인다. 뜨뜻미지근한 오락은 일본에서 NG다. 그래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 아무리 민영방송이라 해도 지상파를 타는 프로그램의 지나친 선정성은 공공성을 해치며, 오락이란 이름으로 탈색된 정치적 문제, 그리고 소수자들의 캐릭터는 웃어넘기기 힘든 부작용을 남긴다. 알몸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성인용 농담으로 콩트를 짜는 나라 일본. 분명 다소 이상한 에로틱 세계의 풍경이지만 이는 그저 일본 TV가 택한 TV의 또 다른 길일지도 모른다. 19금 유머 속에 일본의 TV 문화가 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