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초대석 藝感 | 발레리노 이동훈
[사진:스튜디오 100]
발레리노 이동훈은 한국 발레의 떠오르는 스타다. 200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해외 유수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매력적인 마스크에 도약과 회전 등으로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힘이 넘치는 아름다운 발레를 구사한다. 이동훈은 4월에 공연한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 비치의 ‘스파르타쿠스(Spartacus)’ 공연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로마의 노예 반란 지도자인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고통스런 독무와 쇠사슬을 끊고 떨쳐 일어나는 노예들의 군무가 백미인 남성발레 대표작 중 하나로 “도약과 회전 등 파워풀한 동작이 많은데 힘이 빠져버리면 끌어가지 못하는 작품 이었다”고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난 6월,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할을 맡았다.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안무와 특히 고상함과 비장미(悲壯美) 깃든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나의 연기와 잘 맞는 것 같았다”고 했다. “말이 없고 동작도 정해져 있지만 공연에서는 그 한계를 넘어선 그런 느낌이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신(scene)을 할 때 음악이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 푹 빠졌었다”며 그때의 감흥을 전했다.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 고티에(Gautier)의 대본으로 완성된 로맨틱 발레 지젤(Giselle). 올 2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에서 우아한 지젤과 알브레히트 역할의 이동훈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발레만을 감상하는데 무대에 오르기까지 연습과정이 궁금하다고 했다. “발레는 자신의 몸을 다 드러내야 하는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 자기 몸 관리가 너무 중요하다. 한 번 공연하려면 보통 두 달 이상 연습하는데 긴장감은 정말 대단하다. 그 노력의 땀방울이 무대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갈채를 받을 때 가혹했던 단련의 시간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롤모델 이야기를 꺼내자 두 사람을 주저 없이 꼽았다. 쿠바 하바나 출생인 영국 국립발레단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 카를로스 아코스타(Carlos Acosta)와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과 훤칠한 외모의 스페인 출신 호세 마르티네즈(Jose Martinez)였다. “카를로스 아코스타는 남성적이고 보드라운 착지(着地)와 탄력 넘치는 도약이, 호세 마르티네즈는 빼어난 기교와 우아한 품격의 표현력이 일품이지요. 서로 춤 스타일이 다른데 그러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존재”라고 밝혔다. 발레, 삶의 특별함 그 이상의 선물그는 어려울 때마다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 준 영화 한 편을 떠올린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부정애(父情愛)를 그린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 주연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였다. “영화 배경의 시대가 너무 힘들어요. 홀로코스트의 공포 속에서 아들을 위해 미소를 잃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유년시절이 가고 아버지 희생으로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소년도 언젠가 아버지가 되겠지요. 저는 자기 일에서 인내하고 잘 처신하면 좋은 일이 온다고 믿는 사람입니다.”그렇다면 발레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세상에서 내가 존재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함 그 이상의 것입니다. 공연에 몰입하며 숨을 헐떡이노라면 ‘나’를 확인하는 짜릿함을 종종 경험합니다. 그런 느낌은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발견이지요. 자기 발전을 몸으로 확인하는 것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자신을 이끌어 가면 제가 원하는 위치에 있거나 원하는 춤을 추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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