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판만 알뜰, 더 비싼 알뜰주유소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며 보급한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이 싸지 않다. ℓ당 100원 정도 싸게 팔도록 하겠다는 알뜰주유소에서 경유 52원, 휘발유는 37원까지 되레 비싸게 판다. 석유공사가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5개 광역시ㆍ도(제주도 제외) 가운데 휘발유는 10개 시ㆍ도, 경유는 11개 시ㆍ도에서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무상표(무폴) 자영주유소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대량 공동구매한 휘발유ㆍ경유를 공급받고 부대서비스를 없애 소비자판매가격을 낮추겠다며 지난 4월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무상표 주유소에선 브랜드를 따로 내세우지 않고 그때그때 가장 싸게 대주는 정유사 기름을 판다. 석유공사는 ℓ당 40원 싸게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이 무상표 주유소보다 비싼 것은 유통구조에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일부 알뜰주유소가 기름을 싸게 공급받으면서 마진을 많이 챙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알뜰주유소 업계는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와 경쟁하려고 알뜰주유소 인근 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기름값 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기존 무상표 자영주유소보다 비싸면 존재의 의미가 약해진다. 정부는 무리해서 현재 634개인 알뜰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10%선(1300개)까지 늘릴 게 아니라 유통구조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국내 유류의 생산과 유통은 SK에너지ㆍGS칼텍스ㆍ에쓰오일ㆍ현대오일뱅크 등 4사의 50년 과점 체제다. 4개사 간판 없이 영업하는 무상표 주유소는 전체의 6.5% 수준이다. 대부분 주유소는 협상력이 약해 정유사가 정한 가격대로 기름을 받아다 판다. 일본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데는 정유사로부터 석유류를 공급받는 원매(元賣)회사가 8곳으로 서로 주유소에 납품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다.  약발이 약한 알뜰주유소를 고집하며 무작정 늘릴 게 아니라 정유사 독과점 구조를 깨뜨리는데 정책의 중심을 두어야 한다. 알뜰주유소가 아닌 알뜰 도매업자(빅 바이어) 육성책을 쓸 필요가 있다. 알뜰주유소 몇 개 더 만드는 것보다 알뜰 도매업자를 키워야 더 많은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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