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억과 미래를 확인한 2012 K리그 올스타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성대한 축제가 막을 내렸다. 10년 전 추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축구를 넘어 온 국민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들을 한 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축복이었다. 5일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흥겨운 잔칫집과 같았다. 궂은 날씨에도 4만여 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 몸짓 하나하나에 팬들은 열광했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시 만난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도 10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번듯한 정장이 아닌 대표팀 유니폼 차림은 낯설고 어색했다. 늘어진 뱃살과 눈에 띄게 줄어든 머리숱은 시간의 흐름을 일깨웠다. 몸놀림은 무거웠고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지만 지켜보는 자체로 웃음꽃은 끊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의 포옹 세리머니부터 스페인과의 명승부를 연상케 한 승부차기 퍼포먼스까지 10년 전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2002년 세대는 분명 한국축구가 남긴 소중한 자산이다.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등에 업고 10년이 지난 현재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황선홍, 최용수, 유상철 등은 K리그를 이끄는 지도자로 변신했고 홍명보, 김태영은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하며 사상 첫 메달권 진입에 도전한다.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등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여럿 있다. 이 밖에도 유소년 클럽 운영과 지도자 과정을 준비하며 대다수 멤버들이 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각자 위치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다시 뭉친 이들에게도 올스타전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내용보다는 10년 전 추억을 되새기고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지성은 “2002년 이후로 그 멤버가 다시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형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추억을 다시 꺼내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고 전했다.
박지성이 언급한 것처럼 2002년 멤버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추억은 소중하게 간직하면서도 10년 전 영광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 무대다. 오랜만에 감격과 환희를 선사한 이들은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축구의 미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라며 “클럽에서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교육해야 한다. 현실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축구 근간인 K리그 발전을 위한 목소리도 있었다. 현역 최고령으로 활동 중인 김병지(경남)는 “올스타전을 통해 보여준 열기와 감동처럼 K리그에도 많은 팬들이 찾아준다면 충분히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의 영광을 2012년 K리그가 이어가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는 바통을 이어받은 모든 축구인들의 약속이자 다짐이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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