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우산, 사연 알고 보니 '감동'
▲ '날씨 맞히기가 너무 힘듭니다' 라고 적힌 기상청 우산 (사진: 'Yfrog' @La**)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사진 공유 사이트 'Yfrog'에 기상청에서 제작했다고 알려진 우산 사진 하나가 올라와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게시자(@Laf**)는 "'날씨 맞히기가 너무 힘듭니다'라는 문구를 인쇄한 기상청 우산이 있다"면서 "1999년 3월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념품으로 이 우산을 제작해 배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가 14일 기상청에 확인한 결과, 일기예보 그림과 더불어 호소력 짙은 문구로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낸 이 우산에는 기상 예보관들의 남모를 고충이 담겨 있었다. 현재 국립기상연구소 지구환경시스템 연구과에 재직 중인 류상범 과장은 공보관으로 활동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은 고인이 된 문승의 전 기상청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우산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류 과장은 "당시 일기예보는 현재와 비교해 시스템의 과학적인 수준이나 인프라 측면이 현저히 달랐고 오보도 잦았다"면서 "이 때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문 전 기상청장은 일기예보의 어려움을 대중에게 호소하자는 취지로 사진에 찍힌 이 우산을 고안해 냈다. 제작된 우산은 기상청 관련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나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후 1~2년간 청사 기념품 코너에서 판매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재고가 없다. 문 청장이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디자인했다는 이 우산은 처음엔 '날씨 맞추기가 너무 힘듭니다'로 새겨져 맞춤법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류 과장은 "결국 맞춤법을 수정해 다시 제작했다"면서 "당시로서는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고 꽤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 처음 제작된 기상청 우산, '맞추기가'가 맞춤법에 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공:기상청
무려 10년 이상 지났지만 류 과장은 아직도 그 때 찍은 우산 사진을 가지고 있다. 그가 보내온 사진에는 맞춤법 논란 휘말린 첫 번째 제작 우산이 담겨 있다. '날씨 맞추기가 너무 힘듭니다'라는 문구의 우산은 비록 실패작이긴 해도 나름의 추억으로 남게 됐다. 이 우산을 직접 고안한 문 전 기상청장은 불과 2년 뒤인 2001년 1월9일(당시 59세)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는 부산대 교수와 세계기상기구(WMO) 한국상임대표 등을 지냈으며 청장 재직시 슈퍼컴퓨터 도입, 6시간 예보제 시행 등 기상업무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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