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엔 눈이 꽃같더니/이 봄엔 꽃이 눈같구나/눈도 꽃도 다 참이 아닌데/어찌 하여 마음은 찢으려 하는가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한용운의 '견앵화유감(見櫻花有感)'■ 동유럽의 루마니아에서 눈꽃이 핀 것을 보았다. 겨울 나목에 눈이 내려 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공기가 나무의 습기에 달라붙으면서 하얗게 얼어서 생겨나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추운 시절, 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나무에 매달린 눈을 꽃같이 여기는 것일까. 나무가 피운 꽃이 아니지만 우린 착시(錯視)를 굳이 물리치지 않으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봄이 와서 진짜 꽃이 피니, 그 흐드러진 모습이나 흩날리는 모습이 다시 눈같다. 아직 지난 겨울을 다 보내지 못하여 봄날 눈앞에 사물거리는 것일까. 눈같은 꽃과 꽃같은 눈을 문득 한 자리에 꿰며, 시인은 생각한다. 눈도 녹으면 없는 것이고 꽃도 지면 흩어지는 것인데, 그 무상(無常)엔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러니 굳이 분별을 일삼아 꽃과 눈을 따로 찢어내려는 마음이 우습지 않은가. 눈 보듯 꽃 보고 꽃 보듯 눈 보며, 허튼 계절을 담담히 지나가는 일도 필요하다. 시절의 애상에 마음을 찢지도 말아라. 그런 느낌까지 살짝 얹으며.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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