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부족, 설익은 정책, 리더십 부재 등 구성원들 퇴진 요구…김 총장 사퇴, 서 총장은 버티기
학내구성원들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서남표(왼쪽) KAIST 총장과 김진규 건국대 총장.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학내구성원들과 갈등을 겪던 두 대학 총장들이 위기다. 한 명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한 명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등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김진규 건국대 총장과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얘기다.두 총장은 ‘공감대 부족, 설익은 정책, 리더십 부재, 원칙과 신뢰 부족’을 이유로 교수와 학생들에게서 사퇴압박을 받아왔다.김 총장은 2010년 9월 취임 뒤 ‘기업형 개혁 총장’으로 불리며 지난 2년간 교수업적 평가기준 상향조정, 학사구조 개편 등 여러 개혁안들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에게서 졸속행정, 리더십 부재, 원칙과 신뢰 부족 등이란 비난이 쏟아졌다.여기에 전임총장보다 2배 많은 연봉에다 과다한 업무추진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최근엔 건국대 여직원모임인 ‘청심회’와 오찬자리에서의 성희롱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건국대 교수협의회는 총장 불신임 권고안을 이사회에 냈고 노동조합도 신임 찬반투표를 했다. 총학생회도 오는 30~31일 김 총장 불신임투표를 예정했다.지난 23일 열린 건국대 이사회는 다음 이사회가 열리는 6월2일 김 총장 해임안건을 심의키로 했다. 학내 여론이 나빠지자 김 총장은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김 총장이 그 전에 거취표명을 할 것”이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총장의 손을 들어줬던 이사회도 학내여론이 나빠지면서 김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김 총장은 나빠진 학내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혁정책을 접어야 했다. 장영백 건국대 교수협의회장(중어중문학과)은 총장의 자진사퇴소식에 “오늘은 건국대 정의가 승리한 날”이라며 “이번 결과가 있기까지 힘써준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나타낸다”고 말했다.KAIST도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학내여론은 마찬가지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등을 열었고 구성원들의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운 이들이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지난해 9월 KAIST 교수협의회가 한 설문조사에서 교협소속 교수의 70.7%인 369명이 투표해 이 가운데 63.4%(234명)이 서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1월에 한 투표에선 71.5%의 교수가 참여해 75.5%인 289명의 해임촉구결의에 찬성, 이사회에 해임을 촉구했다. 23일 발표된 총학생회의 여론조사에서도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 중 74.4%가 서 총장 사퇴에 찬성했다. 특히 응답자의 87.7%는 서 총장의 리더십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학내구성원들의 목소리는 건국대나 KAIST 모두 똑같다. 다른 것을 따지자면 노조와 직원들의 여론조사, 성명서가 없었다는 것 뿐이다.서 총장은 소통하겠다면서 몇 가지 안을 들고나왔으나 이마저도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24일 교수협의회는 서 총장의 대화요구에 “스스로 원하여 약속하고 합의한 내용까지 무시하는 서 총장에게 구속력 없는 회의, 자문기구 구성위원회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협은 또 “소통부재,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한 임기응변적 모면과 시간벌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서총장이 제안하는 ‘토론회’와 ‘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KAIST문제의 빠른 해결에 방해가 될 것이다. 이런 판단으로 교수협의회는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서 총장이 소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열지 않는 한 KAIST사태는 건국대와 마찬가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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