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행정공제회·한국투자공사 등 이따라 수천억~조 단위 런던빌딩 매입
-금융위기 후 주식·채권 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 관심 증가 -높은 임대수익률에 10년 장기임대로 안정적 수입 보장 -취·등록세, 양도세, 소득세 등 수백억원 절세 비법 동원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연기금 등 이른바 국내 큰손 투자자들의 영국 런던 빌딩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수천억에서 조 단위가 넘는 빌딩을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며 투자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엔 그들만의 절세(節稅) 비법이 숨어있어 주목된다.
◆큰손들의 '통큰' 빌딩매입= 지방행정공제회는 지난 3일 영국 런던 시티지역에 있는 5층짜리 '템스코트' 빌딩을 3000억원에 매입했다. 이곳엔 글로벌 투자은행과 사모펀드가 입주해 있다.
행정공제회가 매입한 템스코트 빌딩 전경
앞서 지난 1월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런던 영란은행(BOE) 맞은편 5층 빌딩 '바솔로 로메오'를 약 1300억원에 매입했다. 중국 농업은행과 교통은행이 임대해 쓰고 있는 건물이다.국내 연기금의 런던 빌딩 투자 중 최대 규모는 2009년 국민연금이 사들인 'HSBC타워'다. 런던 금융의 중심, 카나리워프를 상징하는 이 빌딩 매입에 국민연금은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국내 기관의 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은 런던 시내 '40 그로브너 플레이스(1730억 원)'와 '88 우드 스트리트(1850억 원)'도 사들였다.교직원공제회,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도 런던 소재 빌딩 매입을 추진하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런던 빌딩'을 살까?= 연기금 등이 빌딩 매입에 나선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면서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되자 부동산 등 대체상품에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KIC의 경우 2008년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런던 빌딩은 대체투자를 늘리려는 국내 연기금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기 후 자산매각에 나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늘면서 런던에서 괜찮은 가격의 매물이 심심치 않게 나와 투자여건도 좋다.
국민연금이 1조5000억원에 매입한 HSBC타워 전경
특히 런던은 글로벌 금융중심인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국내 상황과 차별되는 투자 메리트가 장점인 것으로 지목된다. 우선은 빌딩 투자수익률이 높다. 입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강남에 비해 임대수익률이 1~2%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의 임대수익률은 보통 4% 정도다. 또 임대차 계약이 10년 단위의 장기간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이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5년이 지나면 임대차 계약 조건을 갱신할 수 있는데 현지 법규상으로는 임대료를 올릴 수만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다양한 절세비법= 연기금의 런던 빌딩 매입엔 특히 다양한 절세 비법이 동원돼 주목된다. 행정공제회가 매입한 템스코트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아폴로가 만든 프로젝트회사(SPC)의 소유였다. 행정공제회는 국내에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해 이 펀드가 SPC 지분을 일정부분 인수하고 나머지는 SPC에 대한 대출 형식으로 빌딩을 매입키로 했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SPC의 주주만 바뀔 뿐 형식상 템스코트의 주인은 바뀌지 않는 것이어서 취ㆍ등록세 등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취등록세는 4%이니 120억원의 절세효과를 본 셈이다. SPC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지 않고 대출 형태로 투자한 것은 외형적으로 이자 비용을 늘려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한 방편이란 설명이다. 영국에선 비거주자의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사실상 세금 한푼 안내고 3000억원짜리 빌딩을 손에 넣은 셈이다. KIC의 경우도 SPC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솔로 로메오를 매입했다. 행정공제회와 다른 점은 KIC의 경우 현행법상 원화투자가 불가능해 국내에 펀드를 설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IC는 대신 조세회피지역인 룩셈부르크에 서류상의 회사를 만들어 이를 통해 빌딩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53억원의 취ㆍ등록세를 절감했다. KIC 관계자는 "펀드 운용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소득세 등 다양한 세금 감면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김창익 기자 window@ⓒ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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