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내 스타일이야~'

낮잠이 마구 쏟아지는 계절 봄입니다.따뜻한 봄내음이 가득하고 가끔씩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쉬운 기억 하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봄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이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습니다.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이상 떨어지고 강풍까지 가세해 모두들 꽁꽁 싸매고 코스에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저는 그날 젊은 부부 팀을 만났습니다. 그 부부 팀은 그러나 요즘 같은 더운 봄날에나 어울릴듯한 의상을 입으셨습니다. 여성은 짧은 치마를, 남성골퍼 역시 얇은 면바지에 바람막이 하나만 걸쳤습니다. 보기에도 너무나 추워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골프장은 대여용 목 토시가 있고, 또 핫팩에 카트에는 가스난로까지 구비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두 분 모두 필요 없다고 거절 하시는 것입니다. 추워서 덜덜 떨고 계시는 고객들께 몇 번이나 권유했지만 한사코 거부하시면서 그냥 코스로 나가버렸습니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는 제가 민망할 정도로 너무 춥게 입으신 고객들께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고객님, 날씨가 너무 추운데 괜찮으세요? 제가 다 추운 것 같아요." 그러자 고객께서 딱 한마디 하십니다. "내 스타일이야~" 예쁜 골프웨어를 입고 봄을 만끽하려고 나왔는데 꽃샘추위 때문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그렇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추위를 참아내며 한껏 스타일을 즐기시는 고객들이십니다. 세상에 춥고 배고픈 게 가장 서럽다는데 예쁜 골프웨어 자랑에 오히려 매서운 추위가 무색합니다. "내 스타일이야"를 외치던 '폼생폼사' 고객들께서 요즘같이 꽃이 만발한 화창한 봄날에 다시 한 번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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