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5월의 칸은 특별하다. 인구 20만 명에 불과한 지중해의 작은 항구 도시인 칸(Cannes)은 매년 5월이면 일순간 전세계 아트하우스 영화들의 성지가 된다. 1932년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문화 정책의 프라파간다로 이용하기 위해 출범한 베니스국제영화제보다 뒤늦게 1946년 프랑스 정부가 조촐하게 시작한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는 그 초라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두루 안배하는 영리한 프로그래밍으로 베니스와 베를린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됐다.올해 칸에서는 '양(兩)' 상수가 영화제가 열리는 크로아젯 해변의 중심에 선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칸 조직위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65회 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두 감독의 칸 동반 입성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임상수 감독이 '그때 그 사람들'로 2005년 비공식 섹션인 감독주간에 초청됐을 때 홍상수 감독은 '극장전'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또 임상수 감독이 2010년 '하녀'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올랐다. 임상수 감독의 칸 경쟁 부문 진출은 '하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며, 홍상수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다.임상수는 칸과 비교적 늦게 인연을 맺었다.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그린 픽션 '그때 그사람들'(2004)이 칸에 처음으로 초청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칸을 뺀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임상수는 주목 받은 지 오래였다. '바람난 가족'이 2003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눈물'은 200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서 상영됐다. 홍상수는 기록만 놓고 보면 가히 칸의 적자(嫡子) 감독이다. 두 번째 연출작 '강원도의 힘'으로 1998년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것을 시작으로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등 올해까지 무려 여덟 번 칸의 부름을 받았다.지금까지 칸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가 동시에 초청받은 경우는 꽤 많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초청받은 2004년에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이 초청받은 2007년에는 '밀양'의 전도연이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동반 진출한 2010년에는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공교롭게도 꼭 한 편의 한국 영화는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올해 칸에서는 임상수와 홍상수 중 누가 주인공이 될까. 그 결과는 영화제의 공식 폐막식이 열리는 27일 밤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양' 상수의 선전을 기대한다.태상준 기자 birdca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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