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확립 작심한 이건희 '삼성 고칠 것 많다'

출근길 발언으로 강도높은 쇄신 요구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어느 때 보다도 강경하고 단호하게 삼성의 기강 해이에 대해 질책했다. 연이어 불거지는 내부 문제에 대해 직간접으로 수차례에 걸쳐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지만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접 바로 잡을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주 출근 경영 재개와 함께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이상 앞당기며 조직에 긴장감을 높였다. 17일 역시 직원들의 출근 시간보다 한참 빠른 오전 6시35분에 로비에 들어섰다. 굳은 얼굴의 그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다가와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조직 기강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고칠 것이 많다"며 큰 폭의 변화를 시사했다. 실적은 사상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내외부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담합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방해 등으로 도덕성 부족에 대한 도마에 올랐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격노하며 관계자들을 크게 나무랐다.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 실장(부회장)도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며 "그룹차원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한 자기반성과 확고한 재발 방지 노력을 펴 나갈 것"이라며 이 회장의 의중을 대변했다. 지난주에도 이 회장은 금융사장단 오찬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뜻을 전달하며 혁신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는 수수료율에 대한 거짓 해명과 현대카드 표절 논란 등으로 윤리적인 면을 의심받고 있다. 수장까지 바꾸며 꾸준히 경영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삼성증권도 이 회장의 눈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은 내부 역량 부족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경영 컨설팅까지 진행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 미흡과 최근 3년 간 금융감독원 제재 62회 등의 청렴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태다. 이 회장은 도덕적 문제 외에 조직원들이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항상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을 보고 깊이보고 이것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사물을 분석하는 버릇이 들어야 한다고 만날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떠든다"고 말했다. 현재과 미래에 대한 숙고를 끊임없이 주문하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강경 발언의 배경에는 조직의 기강에 사운이 달려 있다는 이 회장의 경영 이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지난 6월에도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가 적발되자 "삼성이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못해 온 것 아니냐"며 그룹 전체의 감사조직 쇄신을 주문했다. 또 해외에서 잘 나가던 조직도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처벌도 제대로 하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테크윈 사태 이후 혁신을 요구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가 미흡했다는 의미"라며 "감사 조직과 도덕 경영 측면에서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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