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기자
국내에서도 기업, 대학, 병원 등을 중심으로 조직원 교육 및 상담, 코칭 및 멘토링 등에 에니어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그리스어로 ‘9’를 뜻하는 ‘에니어(ennea)’와 ‘그림’을 뜻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로 ‘아홉 개의 점이 있는 그림’을 뜻한다. 사람은 아홉 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분류되며, 그 어떤 사람도 그 중 하나의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 에니어그램의 기본 원리다. 일종의 성격진단 프로그램이다. 기원전 2500여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시작돼 이슬람교 신비주의인 수피파와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 지도자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승돼왔다.그로부터 엄청난 세월이 지난 요즘, 에니어그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0년경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교수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을 계기로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주부에서 비즈니스맨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생활 및 업무 수행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과학적 검증을 거친 신뢰성있는 도구로 현대심리학과 결합돼 GE. AT&T, 제록스 등 일류기업들에서도 인사 관리, 리더십 육성 및 조직운용 등에 에니어그램을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업 및 대학을 중심으로 에니어그램을 도입하고 사용하며 고대로부터 내려온 지혜의 논리에 감탄하는 마니아를 주위에서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국내 에니어그램 전문가들을 통해 일종의 성공학인 ‘에니어그램’ 셀프 리더십론에 대해 들어봤다. 에니어그램은 ▲유형1 올곧은 사람(개혁가) ▲유형2 자상한 사람(조력가) ▲유형3 효율적인 사람(성취자) ▲유형4 독창적인 사람(예술가) ▲유형5 현명한 사람(사색가) ▲유형6 충직한 사람(충성가) ▲유형7 밝은 사람(낙천가) ▲유형8 강한 사람(지도자) ▲유형9 조화로운 사람(중재자) 등 9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궁극적인 활용 목적은 최근 기업의 코칭 및 멘토링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김새한별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 교육연구지원팀장은 “여러 성격유형 검사 도구들이 있지만 그동안 가장 많이 활용돼 온 것은 MBTI”라며 “MBTI가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만 말해준다면 에니어그램은 더 깊이 사람의 속을 들여다 보고 그 태도를 유발한 동기를 제시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알려준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각 직원들이 어떤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 직무 특성과는 잘 맞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어 업무 분담이나 프로젝트 플랜 수립시 참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에니어그램의 기본은 자신의 이해와 타인의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결국 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셀프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에니어그램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15년 정도 됐다. 아직 활용 면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21세기동 열린상담센터, 삼성전기 OS인사그룹, 삼성SDI 열린상담센터, LG전자 MC연구소 심리상담실, SK텔레콤 미래경영연구원, 현대삼호중공업 마음정원, 신한은행 직원만족센터, 하나은행 직원만족센터 등 기업체 상담실 및 인사교육팀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건희 ‘현명한 사람’ 잡스 ‘독창적 사람’ 분류국내외 대표적 기업가들은 에니어그램의 9가지 유형 중 어떤 유형에 속할까. 에니어그램에 따른 그들의 기업 경영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김태흥 한국리더십연구소 소장(한국에니어그램협의회장)은 한국과 해외의 성공한 CEO들의 에니어그램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유형5 현명한 사람’에 가깝다. 천재육성론, 브랜드 가치와 스포츠 마케팅, 기회선점 전략, 골프경영학 등과 같이 그동안 이 회장이 보여준 경영 전략은 미래지향적이면서 종합기술자와 같은 발상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장이 주장하는 바는, 생각은 아는 것과 직결돼 있어 결국 알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인지 신규 사업에 착수하기 전에는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최소 6번 이상 던지고, 다시 10번 이상 생각한다. 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뒤집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이런 것들이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이 해마다 빛나는 성과를 내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빌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유형5에 속한다. 유형5인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되, 결정을 내리거나 움직여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자신의 생각 속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오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용기와 자기 확신이야말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유형6 충직한 사람’으로 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로 큰 현안이 있을 때마다 말을 아끼고 냉정하게 안전한 길을 모색하는 유형이다. 6번 유형의 특징은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가는 안정지향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안 원장은 과감한 결단도 있지만 그의 저서 <영혼이 있는 승부>를 보면 유독 안전, 조심, 실수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항상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선 수비 후 공격’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하지만 지나친 안전주의는 자칫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보수에 머물게 해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이해를 토대로 불확실성에 대비하면 미루는 습관을 없애고 자신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스티브잡스 전 애플사 회장은 평범함에 두려움을 갖는 ‘유형4 독창적인 사람’이다. 생전에 환각제와 신비주의에 열중했고 나중에는 선불교의 신봉자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탁월한 직관을 지닌 몽상가였고 잔머리에 능숙한 수완가였다. 그는 “다른 기업가들과 생각을 다르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리더들과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르게 인지한다는 얘기다. 독창적 아이디어로 성공하게 된 이유로는 수많은 경험이 토대가 됐다. 백화점 주방용품 판매, 서예 공부, 인도 수행자 마을 아슈람 방문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소와 경험에서 독창적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스스로 말한 적이 있다.휴대하고 다니면서 셀프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한국에니어그램협의회의 ‘에니어그램 활용카드’.
지승룡 민들레영토(이하 민토) 대표의 경우 ‘유형2 자상한 사람’에 해당한다. 민토는 국내 대표적인 카페이자 감성문화공간. 커피 한 잔을 시키면 하루 종일 편한 소파에 앉아 있어도 눈치 받지 않고, 세미나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라면이나 빵도 무료로 제공받는다. 젊은이들에게 편안하고 인심좋은 카페로 알려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 대표가 꼽는 민토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콘셉트는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다. 모든 고객에게 반드시 “드시고 더 드세요”라고 말하는 게 민토의 서비스이며 타인을 돕는 게 그의 경영마인드다. 그 이면에는 부끄럽지 않으려는 심리가 숨어 있다. 그러나 지나친 타인 중심의 태도는 자칫 자신의 욕구충족을 기피하고 시간 분배를 잘못하게 함으로써 일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심리와 성향을 가진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려야 한다. 지 대표처럼 성격에 맞는 비즈니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하거나 본인의 즐거움 및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 일과 접목시킨다면 성공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직장인도 자신 성격알면 실행력도 높아진다수많은 기업 교육 현장에서 에니어그램을 강의해온 김 소장이 들려준 또 하나의 이야기. 이 내용을 토대로 직장인 에니어그램 셀프리더십 함양 사례를 구성해 봤다. #10여년 간 직장생활을 해온 K통신사의 유영기(가명) 과장. 하지만 유 과장의 직장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스스로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회사 생활이 참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은 그 순간 바로 눈물을 흘린 유 과장. 지금까지 고생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란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진단 및 상담을 진행한 결과, 유 과장은 ‘유형4 독창적인 사람’으로 나왔다. 남다른 개념을 갖고 사는, 소위 아웃사이더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딱딱하거나 틀에 박힌 직장생활을 잘 하지 못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직문화, 디자인과 같이 창조적이고 개성이 존중되는 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대안이다. # Y상사의 박진현(가명) 대리는 한 가지 업무가 주어지면 그 일을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고민거리. 박 대리의 경우 잠재의식 속에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한 가지 일에 대한 과도한 시간 투자가 전체적인 시간 관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부분적으로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도 전체적인 일처리는 미흡하다는 평을 듣기 일쑤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만 하는데 어떻게 일을 다 해낼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들은 ‘유형1 올곧은 사람’에 속한다. 이들은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다’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또 부분보다 전체를 보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 완벽주의적인 측면이 있다면 먼저 전체 지도를 펴놓고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해본다. 모든 일에 완벽을 기하기보다 중요한 몇 가지에 집중적으로 몰두함으로써 여유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성공법을 찾는 까닭은 성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실행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의 실행력 배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더에게 실행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부각되면서 스스로가 실행하지 못하고 일을 미루는 심리적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직장인 ‘셀프리더십’ 키우기 9가지 코드 이렇게 읽어라자신의 심리적인 유형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자신의 습관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깨달을 수 있고 무기력한 자신을 다시 일깨울 수 있다. 이제 에니어그램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고 자기가 나아갈 방향으로의 실행을 못해 머뭇머뭇하다가 성공에 이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대학생·퇴직자 등 취업 및 창업 준비생, CEO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셀프리더십 함양 및 경력 개발과 관련, 에니어그램 활용법을 소개한다. 인터넷에서 에니어그램을 통해 성격 진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받고자 한다면 전문가를 통해 진단받고 상담을 해보기를 권한다. 한국에니어그램협의회 카페(cafe.daum.net/k-enneagram) 또는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에서 에니어그램 진단 및 코칭·셀프리더십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