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외모며 성격에 대한 노골적인 평가는 여전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애정촌’에 초대된 남녀가 300명에 가깝다고 하죠? 그 중에서 남자 일곱 , 여자 다섯이 ‘한 번 더 특집’을 통해 또 한 번 짝을 만들 기회를 갖고자 ‘애정촌’을 찾았습니다. 심지어 세 번째 방문이라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한참 옛날 사람인 제 입장에서는 그게 참 신기했어요. 아무래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여러 날에 걸쳐 촬영한 분량을 단 몇 시간으로 줄여 내보내자니 편집에 의해 자신의 행동이며 발언들이 왜곡된 경우가 허다했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우리나라 말이라는 게 토씨 하나만으로도 영판 달라지기 마련인지라 앞뒤 뭉텅뭉텅 잘라 붙여 놓으면 완전히 딴 얘기가 되잖아요. 따라서 직접 방송을 보고난 후 출연을 백번 후회했지 싶으련만 오히려 도전의식이 새록새록 샘솟았다니 놀랍지 뭐에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지난번의 서툴렀던 부분들을 만회하기 위해 재도전에 임한 출연자들의 각오가 대단하더군요.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지난 회의 실수를 거울삼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인 출연자가 있는가하면 똑같은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는 출연자도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고민 해결 프로그램을 보면 대개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잖아요? 아무리 다수가 벌 떼처럼 달려들어 너 이상하다고 해도 본인이 이상한 걸 모르면 그 잘못은 고쳐질 수가 없는 거거든요. 평생의 짝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이지 싶어요. 내 문제가 무엇인지 나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이상 출연만 계속한다고 일이 성사가 되는 건 아니겠더라고요.<H3>0표 아가씨에 대한 배려가 아쉽네요</H3>‘여자 5호’에 대한 부족한 배려는 방송을 보는 내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항상 아쉬운 건 0표 아가씨에 대한 배려입니다. 평소에도 혼자 밥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닐진대 혼자 도시락을 먹으리라 예상하고 그 자리에 온 출연자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 잔인한 구석들이 인기 비결 중 하나겠지만 우리 아이가 거기 나가서 같은 일들을 겪었다고 상상이라도 해보면, 그저 아찔하기만 합니다. 이번에 두 번씩이나 혼자 도시락을 먹은 ‘여자 5호’가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전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았어요. 하소연을 들은 어머니께서는 인연이 따로 있겠지 하며 쿨하게 넘기셨죠. 그러나 짐작컨대 방송을 보시고 난 후에까지 그러시지는 못하셨지 싶어요. 몇 차례의 데이트 장면 말고도 숙소에서조차 ‘여자 5호’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편집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이 상한 ‘여자 5호’가 카메라를 거부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인터뷰하는 장면 외에는 볼 수 없는 그녀로 인해 제 마음은 내내 불편했습니다. ‘남자 3호’가 위로하는 장면이 한번 있긴 했지만 그전에 이미 ‘남자 3호’는 남자들끼리 얘기를 나눌 때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지금은 각자 짝 찾기가 더 급하다’는 식으로 넘겨버린 적이 있지 않나요? 감기몸살에 걸려 아픈 사람들에게는 서로 약이며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 살뜰히 보살폈으면서 정작 마음의 상처는 나 몰라라 했다는 점, 특히 다수가 약자 한 사람을 외면했다는 점 때문에 저는 남자 출연자들은 물론 제작진에게도 그다지 좋은 마음이 들지 않네요. 앞으로 출연할 분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건 내 모든 언행이 녹화가 되고 있다는 사실, 어떻게 편집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겠고요. 제작진이 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언제 어느 때나 출연자의 인권보호일 겁니다. 시청률을 얻고자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앞날에 흠집을 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