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산의 바닥 민심… '지역 토박이론' 대 '지역주의 타파'
[부산=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우리가 남이가." 현장에서 '느낀' 부산 '저작거리'의 민심이다. 부산은 1990년 3당 합당 이래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까지 22년을 '일편단심' 1번을 찍어 왔다. 문재인이니 낙동강전선이니 떠들썩하지만 결국 부산 민심은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향할 것이란 말이다. "마이 찍었다 아이가." 역시 지역에서 직접 '느낀' 부산의 민심이다. 20년 넘게 줄기차게 찍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으니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목소리다. '한 번 마음 주면 다 주지만 한번 틀어지면 다시는 안 본다'는 부산 특유의 정서가 작동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산이 4ㆍ11 총선 한가운데에 서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총 18석 중 17석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게 몰아주었던 부산 민심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여야 모두 수성과 탈환 의지를 다지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민주통합당은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바람으로 부산을 넘어 낙동강벨트로 전선을 확대해 영남권 전체에 야권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은 물갈이 공천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연이은 '위로' 방문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 '야풍(野風)'을 잠재우겠다는 심사다. 흔들리고 있는 부산의 바닥민심을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지역 구석구석을 훑으며 취재했다. "문재인은 뭐 PK(부산ㆍ경남) 맞는데, 문성근은 타지인 아인교?"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의 사무실 앞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창경(56)씨는 '지역 민심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하던 유현자(50)씨도 자신이 호남 출신이라면서 "부산은 타지인에게 마음 잘 안 준다. 이 쪽 출신인 문재인은 몰라도 일본 출신인 문성근은 쉽지 않을기다"라고 말했다. 부산은 어디를 취재하던 지역 특유의 '부산 사람 사람끼리'라는 정서가 바닥민심에서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9일 부산 북강서을 공천을 확정지은 부산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김도읍 새누리당 후보.
덕천동의 한 상점에서 만난 이기호(49)씨는 이같은 정서에 대해 "기자양반, '우리가 남이가' 알죠? 부산 사람들이 롯데 좋아하는 거랑 한나라당 찍는 거랑은 같은 거라요"라며 "문재인이고 낙동강전선이고 다 시끄럽고 투표장에서는 다 1번 찍을기라요"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야풍(野風)이 거세 '판'을 흔드는 것 같지만 보수라는 이념적 가치가 뿌리 깊게 내린 부산에서 '우리가 남이가' 정서가 작동되면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낙동강전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부산 북ㆍ강서을에서 새누리당은 문성근 최고위원의 맞상대 카드로 김도읍 전 부산지검 검사를 선택했다. 부산 강서구 출신인 김 전 검사는 중ㆍ고교와 대학 모두 부산에서 마친 토박이라는 점을 내세워 외지 출신인 문 최고위원의 '바람'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진을에서도 김정길 민주당 후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이헌승 전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을 공천했다. 지역 출신이라는 '토박이'를 강조해 야풍(野風)을 넘어서려는 것이다.
부산 북강서을 후보로 나선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이같은 '지역 토박이론'에 야권은 맞대응하기 보다는 더욱 몸을 낮추며 부산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낙후된 부산 경제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지역주의 극복을 호소하고 있다. 화명동에 위치한 북구체육센터에서 만난 박모(38)씨는 "부산 경제 꼴을 좀 보소. 이게 다 누구 때문인교?"라며 "처음으로 새누리당을 찍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곡동에서 만난 김모(57)씨는 "이젠 당 보고 안 찍습니다. 인물 보고 찍을 겁니다"라며 "문재인, 문성근은 알아도 손수조, 김도읍 들어나 봤습니까"라며 야당을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를 지켜본 민주당의 한 캠프 관계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몸 바쳤던 '진심'이 부산 시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19대 총선에서 '부산'이 주목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ㆍ2 지방선거 이후 PK 지역정서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부산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야권에 힘을 실어줄 경우 그동안 영남권 표심을 지켜온 지역주의가 한층 완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고 있는 부산 민심이 어떤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 낼 지 주목 받고 있다.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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