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체리피커족 'ETF 거래가 맛있다'

증권사·자산운용사 수수료 인하 경쟁에 웃는 그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8월 이후 수수료 없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장기적립 우대서비스 대상자인 김씨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ETF를 매수할 때는 삼성증권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TIGER 200' ETF를 매매할 때는 미래에셋증권 HTS를 이용하며 수수료를 아끼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ETF 거래가 급증하면서 김씨처럼 수수료가 낮은 증권사를 찾아 열매(실속)를 속속 따먹는 '체리피커 ETF족'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증권사와 자산운용업계에서 ETF 온라인 매매수수료와 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자 여러 곳의 증권사를 비교해가면서 가장 낮은 수수료를 낼 수 있는 곳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 종목을 대상으로 온라인 매매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ETF가 혜택 대상은 아니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인버스'는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부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업계는 경쟁자인 삼성ETF가 덤으로 혜택을 보는 것을 막고 그룹사 ETF인 'TIGER 레버리지'와 'TIGER 인버스'의 거래량을 늘려 역전을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씨는 이유야 어찌됐건 미래에셋 HTS에서는 수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TIGER ETF'를 매매한다. 미래에셋은 총 38개의 TIGER ETF 중 5개의 보수도 인하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투자자가 미래에셋 HTS를 통해 위 5개 ETF를 매매할 경우 매매수수료는 물론 보수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TIGER200 ETF는 업계 최저 수준의 저렴한 보수 수준을 강점으로 6일 기준 순자산이 1조358억원을 기록, 전년 말 대비 45% 증가하며 업계 최대 증가율을 나타내는 등 이벤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삼성증권은 3년 이상 장기투자자를 대상으로 19종 ETF의 매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현재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ETF 19종 가운데 15종은 'KODEX 200' 등 삼성 ETF고 나머지 4종만이 타사 ETF다. 삼성증권은 시가총액,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고려해 수수료 면제 종목을 선정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KODEX 시리즈를 측면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벤트를 자사 상품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증권사의 무리한 수수료 인하가 증권사 로열티를 강화하는 게 아닌 체리피커 양산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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