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하모니호의 방안 모습. 가격에 따라 방의 크기가 다르다.
크루선의 방은 쉽게 모텔급부터 시작해 호텔급까지 나뉘어 있다. 총 383개의 방에서 최대 1000명이 묵을 수 있다. 객실은 7층 스위트룸을 제외하고는 5층부터 2층까지 배치됐다. 방안은 아늑했다. 화장실은 약간 비좁은 듯 느껴졌다. 변기에 똑바로 앉기가 힘들 정도였다. 배가 가지는 공간적 한계이리라.이어 6층으로 향했다. 6층부터 8층까지는 각종 바와 카지노, 클럽, 공연장, 키즈클럽, 면세점, 커피전문점, 야외수영장, 뷔페, 사우나, 헬스클럽, 등이 자리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전천후 테마파크인 셈이다.하모니크루즈내 바는 성황이었다. 승객들이 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선내를 둘러보고 나자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5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크리스탈 장식이 눈부셨다. 흰백색의 옷을 차려입은 웨이터들은 친절했다. 음식은 정갈했다. 쉐라톤워커힐 주방장 출신이 만든 음식은 신선하고 깔끔했다. 최고의 재료를 공수해주지 않으면 크루즈선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겠다고 한 그의 다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점심은 느긋하게 2시간30분을 기다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을 실감했다. 한국 사람의 급한 성미를 맞추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레스토랑에는 4인 규모 식탁은 적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정리돼있다. 개인, 가족, 직장인 등 누가 오더라도 합석을 하는 불편함이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 배 안에서 같이 지낸다면 2시간여 식사는 오히려 사교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으리라. 조용히 빠르게 식사를 해치우고 싶다면 7층 뷔페도 이용할 수 있다.크루즈 출발전 안전교육은 필수다. 승객들이 공연장에 모여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식사를 마치자 안전교육이 시작됐다. 크루즈에 타면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다. 승객 모두가 객실내 구명조끼를 들고 공연장에 모였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사용법을 익힌 후 방으로 향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동안 잊어버린 한 가지가 퍼뜩 떠올랐다.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이었다. 급하게 열어보니 수신 불능이었다. 배안에서는 통화가 어려웠다. 지인과 같이 왔거나 알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객실내 전화를 사용해야 했다. 인터넷도 원활하지 않았다. 크루즈에서는 일상의 업무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무대위에서 재즈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밤 “낮보다 아름답다”= 크루즈가 출발했다. 얼마간 흔들림이 이어졌다. 6층 해리스 바에서는 재즈공연이 펼쳐졌다. 흑인 여성 보컬의 파워풀한 음색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녁이 되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갈라 디너를 진행하오니 의상이 필요하신 분은 6층 카지노로 오세요"라고 한다. 의상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10분 뒤 살짝 문화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갈라 디너를 위해 여성은 드레스를 남성은 턱시도를 입고 레스토랑에 입장하고 있다.
객실을 나서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 영화제 등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남성들도 가세했다.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를 한 사람들이 보이더니 식사가 중반에 접어들자, 빤짝이 외투에 가발까지 쓴 승객들까지 등장했다. 나름 격을 갖춘 식사가 진행했다.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크루즈를 처음 타보는 사람에게는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다소 어색한 장면이었다. 이어 한류공연이 시작됐다. 그룹 '메리지'가 소녀시대 등의 그룹을 흉내내며 각종 공연을 펼쳤다. 공연은 다양했다. 하지만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관객과의 호흡을 보완할 필요성이 엿보였다. 무대시설은 흠잡을 곳 없었다.6층 바(Bar)에서는 볼룸파티가 열렸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사람들끼리 손을 맞잡았다. 가면이 쓴 그들은 서로 파트너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했다. 춤사위는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다른 바에서도 흥겨운 공연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흥에 겨워 엉덩이를 들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