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이정옥 '숨어우는 바람소리'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나는 차한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 길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나보다 딱 열 살 더 많은 선배,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여인은, 이 노래를 아름답게 불렀다. 노래는 절대음감이 아니라, 음표에 끼어드는 불안한 감수성의 합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여인은 문득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폭 싸안지 않고, 노래에 끌려다니는 건 최악이라고...노래를 인상적으로 잘 부르는 그녀의 전략은, 느리게 돋아오르는 감정의 심지이다. 그 노래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따뜻한 맛이 있었다. 깊은 감수성을 가둬 폭발시키는 내연기관차같은 지긋한 맛. 이 노래, 가만히 들어보라. 나긋나긋해 보이지만 마음을 끓여온 사랑의 시간 삼년쯤이 압축파일로 들어있지 않은가. 이상국 기자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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